방송통신위원회와 관세청이 새해 1월부터 PC와 주변기기의 수입 통관 절차를 대폭 강화한다. 이에 대해 해당 업계에서는 통관에 필요한 인증 서류를 갖추는 데 준비 기간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며 강하게 반발해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와 관세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PC·마우스·프린터·모니터를 세관장 확인 물품으로 새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제품을 수입할 때는 수입 신고 전에 관세청 통관 ‘포털(유니패스)’을 통해 전파연구소의 방송통신기기 인증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관세청은 전파연구소와 함께 이를 관세법 제226조 규정에 의한 세관장 확인 물품과 확인 방법 지정 고시로 확정했다. 관세청 측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불법 기기가 범람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방통위에서 관련 법안을 준비해 왔다”며 “방통위 요청에 따라 지난 9월 입안 계획서를 마련하고 이달 설명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촉박한 준비 기간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부 시행령이 확정된 지 불과 10여 일 만에 통관 인증 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정부는 인증에 필요한 필수 항목으로 전체 외관과 인증 마크를 확인할 수 있는 품목별 외관 사진까지 첨부하도록 강제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11월 2일 고시를 발효한 이후 전면 시행을 코앞에 둔 이달 21일에서야 외관도(현품 사진)를 첨부해야 한다고 업체에 통보한 상황이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모델별로 외관 사진을 일일이 첨부하는 것도 방대한 작업일 뿐 더러 제품 외관 사진을 위해서는 보세 창고에서 포장을 모두 뜯어 사진 촬영 후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야 한다”며 “당장 이를 며칠 안에 DB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체에 따르면 HP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이 수입해 유통하는 제품 가지 수가 평균 2000개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방송통신기기 인증의 경우 인증의 유효 기간이 없는 상황에서 몇 년 전에 인증받은 자료를 다시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PC·프린터·모니터 제품은 대부분 제조국에서 소매 포장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이며 일일이 이를 뜯은 후 재포장할 경우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업체가 떠 안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산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인 조치라며 외관 사진 첨부를 제외하거나 최소 6개월 정도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파연구소 측은 “준비 기간이 짧은 건 인정하지만 고시가 발효한 이후에 다시 이를 개정하거나 유예 하는 건 맞지 않다”며 “다소 미흡한 부분은 시행 후 보완 조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