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지방공기업으로는 최초로 서울메트로가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가동했다. 서울메트로 ERP 프로젝트는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들에게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공기업들이 서울메트로 ERP 프로젝트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여기는 이유는 단지 지방공기업 최초 사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수의 ERP 전문가들은 서울메트로 ERP 프로젝트를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 및 시스템화, ERP시스템 안정화 등의 측면에서 우수한 사례로 꼽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ERP 프로젝트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당시 김상돈 사장이 부임하면서 전사 혁신 운동인 ‘5대 창의 혁신운동’이 본격화 됐다. 5대 창의 혁신운동 중 한 분야가 바로 정보시스템 분야다. 따라서 서울메트로는 기존의 낙후된 정보시스템 환경을 혁신하는 방안으로 ERP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산재된 정보시스템 통합=ERP 시스템을 도입하기 이전까지 서울메트로의 모든 정보시스템은 업무별로 분산 구축돼 있었다. 더욱이 이들 정보시스템은 대부분이 2002년에 구축돼 노후화된 상태였다. 또 신호체계를 비롯한 통신영역 등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아예 시스템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각종 문제점들이 발생됐다. 무엇보다도 업무시스템간의 데이터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실제 지하철 운영에 대한 원가 수송비를 산출해야 하는데 기존 정보시스템으로는 원가산정이 불가능했다. 여기에 수작업으로 인한 불편과 오류들도 문제를 가중 시켰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메트로는 산재된 업무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2008년 1월 ERP 도입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같은 해 5월에는 프로세스혁신(PI)과 ERP 구축 사업자로 LG CNS를 선정했다. LG CNS는 공기업 ERP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진행해 본 경험을 갖고 있었다.
서울메트로는 사업자 선정이 완료된 이후 가장 먼저 인력관리, 경영분석, 영업수송 등 전사 영역에 대한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4개월 동안 진행했다. 이 결과 총 1585개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된 418개 프로세스로 줄였다. 당시 ERP추진팀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임병민 정보화팀 차장은 “PI 프로젝트는 전사 업무프로세스에 대한 현황을 조사한 후 이를 분석해 불합리하거나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 내 현업과 공동으로 개선안을 마련하는 형태로 진행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70개 ERP 핵심과제를 도출해 추진했다”고 말했다.
◇SAP기반으로 12개 영역 재구축=서울메트로는 PI작업에 이어 10월부터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 작업을 착수했다. PI를 통해 시스템이 구축되는 업무 영역은 △인사관리 △급여관리 △재무회계 △투자·예산 △시설관리 △구매·조달 △원가관리 △자산관리 △차량관리 △공사관리 △영업관리 △수송관리 등이다. 이와 함께 서울메트로는 경영계획시스템, 성과관리시스템, 경영자정보시스템 등과 연계된 전사포털(EP)도 함께 구축했다.
패키지 솔루션은 SAP 제품이 도입됐다. 대부분의 정보시스템이 SAP의 패키지 솔루션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영업수송 영역에서 열차운행관리, 수익금관리 등의 업무는 자체개발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ERP 시스템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RP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이상천 정보화팀 차장은 “이번 ERP 시스템 구축은 기존의 분산된 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면서 “가장 유연한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RP 도입으로 연간 327억원 비용절감 기대=이후 서울메트로는 단계적인 시스템 개통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우선 가장 먼저 지난 2009년 7월 1일 EP시스템을 가동했다. 이후 8월 1일에는 ERP시스템을, 10월 1일에는 경영자정보시스템(EIS)를 가동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는 전 직원의 82%가 참여하는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82%는 그동안 진행된 공기업 ERP 테스트로는 최대 참여율이라고 한다. 변화관리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서울메트로가 기록한 98%의 ERP 교육 참석률 역시 공기업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서울메트로는 일부 수정보완을 실시하는 등 지난 11월까지 안정화를 완료했다.
이와 함께 서울메트로는 ERP 가동 이전에 변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적용하기 위해 총 27개 사규 176개 조항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신설된 규정은 기획관리규정 등 8개 사규 42개 조항, 개정된 규정은 보수 규정 등 22개 사규 103개 조항, 삭제된 규정은 회계규정 등 10개 사규 31개 조항이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ERP 구축을 통해 업무·활동·성과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해지고 정보 교류가 이뤄져 △경영전략 수립기간 70% 단축 △예산결산 리드타임 60% 감축 △물품의 조달기간·재고 30% 감축 △열차지연율 20% 감소 △고객만족도 30% 향상 △자산수명연장, 인건비 및 수선유지비 절감 등으로 연간 총 327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병민 차장은 “현재 기존의 ERP추진팀을 흡수한 정보화팀에서 ERP 운영 방안 및 향후 고도화 계획 등을 마련 중이다”면서 “내년 정도에 ERP 가동에 따른 효과 분석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미니인터뷰】임병민 서울메트로 정보화팀 차장
-프로젝트를 시작 당시 고민이 많았을텐데.
▲초기 빅뱅방식의 서울메트로 ERP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업무혼란의 최소화와 ERP 개통후 시스템을 전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다른 공공기관의 ERP 구축 사례를 여러 차례 검토했다. 이 결과 공사 전 직원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ERP 가동 이전에 동일한 환경 하에서 시범운영을 해야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가동 후 ERP 도입에 따른 변화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규를 개정했다.
-프로젝트 진행 중 힘들었던 점은.
▲서울메트로는 최적화된 ERP 시스템 구현을 위해 여러 선진사례 중 적합한 부분과 현장의 특성을 함께 반영해야 했다. 이를 위해 분야별 직원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기존 시스템과 다른 새로운 시스템인 ERP를 단기간 내 이해하고 동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경영진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CEO 편지, ERP 홈페이지 운영, ERP 이벤트 시행, ERP 홍보 팜플렛 배포, 적극적인 사내 홍보 등 다양한 변화 관리를 통해 전 직원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프로젝트 완료 후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ERP 도입으로 전사 영역에 걸쳐 경영자원이 하나로 통합됨에 따라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자산의 과학적인 관리가 가능해 졌다. 이를 통해 단순·반복적인 업무가 축소되고 일하는 방식이 혁신돼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업무 전반에 대해 경영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어 경영투명성도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ERP를 추진하려는 다른 공공기관에게 조언을 한다면.
▲성공적인 ERP 도입을 위해서는 정보화전략계획(ISP) 등을 통해 도입 기관의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동기 및 목적을 사전에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 부서별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ERP 추진조직을 구성하고 전사 프로세스 개선을 전제로 데이터에 대한 사전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CEO의 강력한 의지가 성공적인 ERP구축의 관건이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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