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별사면을 받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향후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31일로 예정된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 명분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이다. 그렇지만 삼성그룹 경영에 간접적이나마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의 사면 후 1차 행보는 스포츠 외교사절 신분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것이다. 특별사면 청원운동의 진원지였던 체육계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쌓아 온 경륜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경영 복귀 가능성도 관전 포인트다.
재계는 특별사면으로 운신의 폭은 넓어졌지만 당장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여론 추이를 봐 가면서 삼성그룹 명예회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룹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주요 의사결정 사항을 원격 관리하는 체제가 현재로선 유력하다. 새해 1분기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다시 경영전면에 복귀하기보다는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염두에 둔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 15일 이뤄진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되면서 사실상 경영전면에 나선데다 이부진 에버랜드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자녀들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새해 11일로 예정된 ‘세종시 발전방안 수정안’ 발표를 열흘가량 앞두고 단행되는 이번 특별사면으로 삼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새해 벽두부터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당장 재벌 봐주기 특혜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 쟁점화했다. 청와대와 삼성 간의 빅딜설이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그동안 삼성전자 계열사의 세종시 입주설이 계속 거론돼 왔다. 게다가 지금까지 각 지자체는 삼성의 신사업 관련 계열사 또는 공장유치를 위해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내 왔다. 사면청원 대상 71명 중 이건희 회장 한 사람에 대한 이른바 ‘원 포인트 사면’은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삼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일단 입조심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세종시 투자와 관련해 “경영진이 결정할 사항으로 현재로선 할 말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배임 및 조세포탈죄가 확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