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가 새로운 밀레니엄을 선언하지도 10년이 흘렀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IMF금융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다양한 변화속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에도 지난해 처음으로 세계 10위권 수출 국가에 진입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1인당 국민소득도 2만달러를 앞두고 있어 10년전 8581달러 대비 배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의 큰 축에는 IT산업의 활약이 컸다. IT산업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0%를 담당하면서 600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로 전체 무역수지 개선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물론 이러한 우리나라 IT산업 발전의 뒤에는 그간 우리 정부가 IT산업에 쏟아온 정책적 지원의 성과도 크다. 또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을 통한 시장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가 사활적 문제인 만큼 정부의 정책 결정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IT정책의 성과와 의미를 되짚어보며 다가올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국민의 정부, IT 기초를 다지다=김대중 대통령 초기 우리나라 경제·산업 정책은 IMF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난 1997년말 국내 사업자의 총 부채는 GDP의 2.4배에 달하는 1000조원에 달했다. 기업의 도산으로 매일 수천명의 실업자가 생기고 물가 또한 급등해 사회불안이 가중된 상태였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는 기업부도 가속화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국민의 정부 IT 정책은 IMF 위기 극복을 위한 인터넷 망확산과 IT 벤처 활성화로 압축된다.
1995년부터 추진하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사업의 고삐를 죄는 ‘사이버 코리아 21’ 전략이 2000년 시행된다. 인터넷 인프라 확산으로 경제 활성화는 물론 IT산업의 기반 확충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더불어 농어촌 지역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국민 PC 보급, 1000만명에 대한 정보화 교육도 추진했다. 이를 통해 2002년 11월 30일 기준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1027만명에 달했고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의 70.8%에 달하는 1450만 가구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된다.
특히 지난 한일 월드컵 기간을 통해 한국은 정보통신업을 집중 부각함으로써 IT 강국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또 1997년 외환위기 때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을 흡수하고 지식서비스를 새로운 성장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IT·BT 등 첨단기술 집약형 벤처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벤처캐피털에 집중 지원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 뒤에는 IT 정책이 실업문제 해소를 위한 대안산업으로, 정보화촉진기금이 정부의 자금난 해소의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 IT산업 자체에 대한 중요성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보다는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위치만을 강조하다 보니 IT산업 자체에 대한 정책, IT에 대한 기본 철학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2000년부터 2003년 우리나라는 IT산업 정책은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구축, 정보화 촉진, 정보통신산업 기반 조성사업 등에 대한 투자에 대해 일관성을 갖지 못한 채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IT투자를 퇴조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IT839로 꽃핀 IT 정책=국민의 정부로부터 정권을 이양받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참여정부의 IT 정책은 ‘IT839’ 전략으로 요약된다. IT839란 8대 서비스, 3대 첨단 인프라 그리고 9개의 신성장 동력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민 소득을 2만달러로 끌어올리기 위한 IT산업 분야의 전략이었다.
지난 2003년 IT 신성장동력 창출을 목표로 수립한 ‘IT839’ 전략은 2006년 ‘u-IT839’로 고도화하면서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500M급 와이브로 시스템과 양방향 DMB 송수신 시스템이 글로벌 협력을 통해 국제 표준화 기술로 채택된 것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나아가 TFT LCD, 메모리 반도체, 에어컨, 냉장고, 플래시 메모리, PDP, DVD ROM 드라이버 등 세계 일류 제품을 대거 배출하기도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IT839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국제표준특허 111건(2006년 기준)을 확보, 향후 10∼15년간 3억달러 상당의 기술료 수입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연구개발한 성과의 기술료 수입이 297억원(2003년)에서 588억원(2007년)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523억원(2007년 기준)이 IT 신성장동력 발굴사업인 ‘IT839’를 통해 거둔 성과다.
투자액(정보통신진흥기금) 대비 기술료 수입으로 측정한 ‘IT 연구개발 생산성’도 10.5%(2006년 기준)에 이르러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하지만 IT가 범용화하면서, 다른 부처들과 영역다툼을 벌였고, 결국 주무 부처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IT 패러다임, 융합으로 전환=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성장동력으로서 IT를 주관하던 정보통신부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그 기능이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이관된다. 이명박 정부는 IT산업 정책의 초점을 ‘융합’에 맞추고 ‘뉴IT 전략’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의 ‘뉴IT’란 전산업과 IT의 융합을 통해 산업의 고부가가치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데 초점을 뒀다. 이를 통해 제조업의 성장률을 추가로 2%P 높이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제시된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으로 이어진다. IT를 산업에 접목함으로써 산업 고도화로 성장 잠재력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어내고 기술혁신과 고용창출을 이루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히 특정 기술과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IT가 가져올 미래의 변화에 맞춰 IT 활용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전략인 셈이다.
미래의 IT가 인간과 인간의 소통에서 인간과 사물 간을 넘어 사물과 사물 간의 소통으로 확장돼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해 IT 주무 부처가 된 지식경제부는 IT융합, 소프트웨어(SW), 주력 IT 기기, 방송통신, 인터넷 등 5대 핵심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8년 기준으로 3개였던 글로벌 100대 IT서비스 기업 숫자를 2013년까지 6개로 늘리고, 현재 전무한 글로벌 100대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을 2013년까지 2개 만들어내겠다는 목표 설정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휴대폰,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개방형 모바일 운용체계(OS)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민관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글로벌 SW 시장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통신 분야에서는 와이브로를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전국망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IPTV에 대해서는 73만명 수준인 실시간 방송 가입자를 2012년까지 5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마련, 차기 미디어 시장을 위한 사전포석을 마쳤다. 아울러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 관련 20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3DTV에 대한 실험방송 의지도 천명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융합을 지향하지만 정작 IT는 함몰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여러 부처에서 산업을 관장하다보니 정책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IT 특보 신설과 IT 코리아 미래전략 발표를 통해 새로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