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하루 앞둔 시중은행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올 한해 금융위기의 파고를 힘겹게 헤쳐온 은행들은 내년을 한 단계 도약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은행권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녹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각종 금융규제와 감독이 강화되면서 과거처럼 예대마진 위주의 ‘땅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은 더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퇴직연금, 녹색금융 등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다.
◇전방위 금융규제…자산경쟁 제동=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에는 예대율 규제와 유동성 비율, 자본규제 강화 등 각종 금융규제가 은행권에 도입되거나 추진될 예정이다.
은행의 무리한 자산확대를 막기위한 당국의 감독도 강화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내년부터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이들이 속한 금융지주회사를 대상으로 매년 종합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불건전 영업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가산금리 공시를 통해 사실상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으로 은행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여러 가지 규제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실 다지기와 위험관리, 영업기반 확충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들어 빠르게 회복됐던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 속도도 더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2.85%인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3%대로 올라가고, 정기예금 금리가 고정된다면 모르겠지만 현 상태에서 가산금리를 낮추면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위원은 “예대율 규제가 도입되면 은행들은 예금 한도 내에서 대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과도한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신확보 과정에서 조달비용(예금금리)이 올라가겠지만 대출금리에 이를 모두 전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는 속도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수신확충, 퇴직연금 주력=은행들은 그러나 예대율 100% 비율을 맞추려면 내년에 수신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예대율은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수신기반을 늘리기 위해 지점의 경영성과평가(KPI)때 퇴직연금과 함께 총수신을 필수 평가 항목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또 급여이체 계좌나 신용카드 결제계좌, 공과금 결제계좌와 같은 저원가성 수신유치 실적과 신용카드 유치 실적도 반영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수신증가율을 약 7% 정도로 잡고 이 범위에서 자산을 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오는 2011년부터 퇴직연금제도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퇴직연금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금융, 틈새시장 집중=내년에도 녹색금융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올해 출범시킨 ‘그린뱅크’ 추진팀을 중심으로 녹색금융을 신성장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월 전략지원부 산하에 ‘그린뱅크’팀을 만들어 녹색경영과 녹색금융, 녹색금융위험 관리 등을 전담토록 했다.
기업은행은 펀드와 방카슈랑스 등 비이자 부문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내년 증시가 ‘상고하저’일 것으로 전망하지만, 내년 증시 전망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하나은행은 최근 분사한 카드 영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 쪽에서는 신규 고객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면서 “최근 분사한 카드사에서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서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환 전문은행인 외환은행은 수출입업무에 주력할 방침이다. 외환은행 측은 “내년 환율전망이 올해보다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출입 업무와 함께 유학생 송금 및 국내외 해외투자 등 외환업무에 보다 많이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