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엔 사장이 꿈이었는데 30대가 되면 제 순번에 승진이라도 됐으면 한다. 40대가 되면 정년까지는 버티는 게 꿈이었다가 50대가 되면 자식들에게 민폐나 안 끼치고 죽었으면 하는 꿈을 품는다. 점점 꿈이 작아지고 이마저 잃어간다. 산 날보다 살날이 줄어들면서 ‘꿈이 무언가요?’라고 묻기도 조심스럽고 ‘제 꿈은 이겁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꺼려진다.
꿈을 잃어버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학생 때처럼 꿈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어졌고, 뜻대로 안 되는 세상에 더 이상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꿈을 접기도 한다. 너무 일찍 성공하고 안주해서 꿈을 안 꾸기도 하고, 괜히 꿈을 떠들었다가 남들에게 실패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싫어졌다. 한 치 앞날을 모르는데 꿈을 소망하는 것은 황당하고 철없는 행동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고작해야 ‘살 빼기, 담배 끊기’가 큰 다짐이고, 여권만이 아니라 여건까지 되면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한두 곳이 드림 리스트의 전부가 돼버렸다.
우리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 달성하지 못한 것만 문제라 여기고,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아 거기에 안주하는 문제는 놓쳐버렸다. ‘어디든 도착하겠지’라는 전망 없는 여행이나 손쉽게 동네 뒷산에 다녀오고 누워버리는 것이 사실은 더 큰 재앙이다. 소망을 품은 채 여행하는 것이 아무데나 도착하는 것보다 나은데 말이다. 또, 우리는 꿈을 꿀 뿐이지, 꿈을 현실로 키우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꿈은 그것을 위해 살아갈 때 현실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꿈일 따름이다. 영화감독 존 카사베츠는 ‘공을 잡으려면 공을 잡기를 바라야 한다네’라고 말했다. 되고 싶다고 바라지는 않으면서 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사람이 꿈을 꾸지만 꿈이 사람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