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 - ­증권가에 떠도는 CIO 교체설

 지난해 증권가는 유난히도 최고경영자(CEO)의 교체가 활발했다.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 하나대투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무려 10군데 이상의 증권사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많은 CEO가 교체되는 바람에 지난해 여의도 증권가에서 꽃집들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30여개의 국내 주요 증권사 중 10군데의 증권사 대표가 교체됐으니 증권사 대표 3명 중 1명이 옷을 벗었다는 얘기다. 임기 만료인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임기는 남았는데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때문에 증권사 대표 인사 소식이 들릴 때마다 외압 논란 등 잡음도 적지 않았다.

통상 수장이 바뀌면 일부 경영진들도 연쇄적으로 교체되곤 한다. 오른팔이 되어줄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것이다. 증권사 CEO가 다수 교체되면서 기자가 가장 노심초사했던 것은 최고정보책임자(CIO)의 교체 여부였다. 대우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선 CIO가 교체되기도 했지만 우려했던 것만큼 많은 CIO가 교체되진 않았다.

다른 주요 임원이 바뀔 때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CIO 교체를 바라볼 땐 참 조심스럽다. IT수장인 CIO가 자주 바뀌게 되면 장기적인 전략 하에 추진되는 IT시스템 개발 작업들이 연속성을 이어가기 싶지 않고 기반 정보시스템의 성숙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IT수장 역시 자리 이동을 하면서 부장 등의 실무진들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CIO 인사 이동으로 IT부서 전체가 흔들리는 경향이 짙다. 때문에 지난해 CEO 교체로 리서치나 영업(브로커지) 등의 사업부 책임자가 대부분 교체된 것에 비해 IT책임자 변화는 적었고 이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새해 들어 걱정이 앞선다. 최근 들어 증권가에서 CIO 교체설이 심상치 않다. 많은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고 인사이동철까지 맞아 소문이 무성하다. 연말연초에 임원진 인사이동은 당연하지만 올해는 대형증권사부터 중소증권사까지 다양한 증권사의 CIO 교체설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중소형증권사인 E사의 경우 최근 기존 CIO를 다른 보직으로 변경하고 신임 CIO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IT업계에서는 E사에 이어 몇몇 증권사의 CIO들이 연달아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형 증권사보다 중소형 증권사의 CIO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차세대 구축 경험이 있는 CIO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경우 다른 산업보다 IT의존도가 높아 CIO 교체에 비즈니스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 증권사에선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막바지 테스트 작업 기간에 CIO 역할을 하던 책임자가 변경돼 프로젝트 추진과 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직은 증권사 CIO 교체설이 소문에 불과하지만 샛바람이 잦으면 비가 온다고 했다. 경인년 새해 증권사 CIO들이 설령 교체되더라도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열정있는 사람이 새옷을 입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증권사 CIO 자리만큼은 철새 증권맨이 있을 자리가 아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