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에 자리 잡은 아파트형 공장. 70평 남짓 작업 공간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또 다른 휠체어의 나사를 힘껏 조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중하기 30여 분. 구부렸던 몸을 가까스로 폈다. 만족스러운 웃음 뒤에 나온 한마디. “완성!”
건물 밖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지만 닛신메디칼 생산 공장은 작업 열기로 후끈했다. 바닥에는 조립을 앞둔 휠체어 부속품과 조립 기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작업 테이블 앞에서 저마다 맡은 일로 분주하다. 일하는 분위기는 여느 생산 공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작업자 대부분이 의자 대신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닛신메디칼은 올해 장애인 표준 사업장으로 선정되면서 성남 지점을 개설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일반·유아·스포츠용 특수 휠체어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닛신메디칼을 단순히 장애인 사업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회사를 주목하는 배경은 다른 데 있다. 바로 기술력이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휠체어 제작 노하우를 가지고 지금은 수출 기업으로 비전을 세우고 있다. 일본 제품을 수입하던 데서 이제는 자체 기술로 휠체어 의자 옆에 필수 부품인 옆판을 카본(carbon) 방식으로 개발해 이를 역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카본은 일반 옆판에 비해 소재가 가볍고 튼튼해 휠체어를 사용할 때 힘이 덜 들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수출 물량도 매년 늘어 새해에는 올해에 비해 250%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낙관했다. 휠체어 제작 노하우도 인정받아 부품뿐 아니라 완제품도 태국에 수출 중이다. 국내 사업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달부터 서울·광주·대전을 기점으로 전국에 대리점망을 구축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국내 노인용품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경기 불황으로 시장이 꽁꽁 얼어 붙었지만 올해 12억원에 이어 새해 20억원 이상을 예상할 정도로 희망에 부풀어 있다.
실의에 빠진 장애인에게 다시 꿈을 심어주는 것도 닛신메디칼의 숨은 공로다. 소비자 상담과 영업 업무를 맞는 백경 주임은 장애인 휠체어 레이싱 선수다. 2007년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 100m 부문 1위, 베를린 국제대회 7위를 기록했다. 백 주임은 “사고로 장애인이 되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은 회사에서 장애인 고객과 상담하며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데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창립자인 구탁본 사장도 소아마비 장애로 다리가 불편하다. 구 사장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경기용 국산 특수 휠체어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휠체어 시장에 뛰어 들었다. 제작 기술이 없어 처음에는 전 세계 휠체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닛신 제품을 수입하는 데 만족했다. 이어 닛신 제품을 수없이 뜯어 보고 연구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결국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지금은 수출까지 하는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구 사장은 “사업을 시작한 후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며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랑이 해인 2010년도 녹록치 않겠지만 희망을 가지고 어느 해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