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가 사라진 지 2년이 다 돼 간다. 산업화 이후 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정보기술(IT) 강국을 견인한 두 부처가 문패를 내린 뒤 많은 것이 변했다. 부처 이름은 과거형이 됐고 산하조직과 인력이 다른 부처로 뿔뿔이 흩어졌다. 산업계도 변화가 심했다. 정부가 4대 강 살리기를 앞세워 토목 건설에 주력하면서 우리나라의 핵심 먹을거리 산업인 IT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어느 한순간의 일은 아니지만 정부 조직의 변화는 그만큼 많은 것의 부침으로 이어졌다. 예산도 줄었다. 자부심도 온데간데없어졌다. 인터넷강국, 정보통신강국의 지위도 흔들렸다. 강한 것은 약화시키고, 약한 것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사라졌다. TDX 교환기 국산화나 CDMA, 휴대폰 신화를 통해 IT강국을 일군 주역 상당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양승택, 안병엽, 유영환, 김동선, 김태현, 정홍식, 김창곤, 김동수 등이 그렇고, 이교용, 노희도, 이성애, 이성옥, 이규태 등도 마찬가지다. 이름만 대면 IT업계에서는 모두 알 만한 사람들이다.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모두 IT코리아를 이끈 주역이다. 이경준, 표문수, 남중수, 윤종록, 송영한, 최한용 등 기업 인사도 눈에 들어온다. 진대제, 이기태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다.
과기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상당수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본연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우식, 권오갑, 최석식, 이승구, 정윤 등이 그들이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그랬고, 100년 전에도 그랬다. 정치성, 사회성, 혹은 세월이란 속성 탓일 것이다.
하지만 인재는 그렇지 않다. IT·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드는 시간적·물적 비용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짧아도 10년 혹은 20년이란 오랜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른 산업에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20∼30년 전 이공계 인력을 적극 양성한 덕에 이미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은 주력 수출품목으로 올라섰다. IT가 자동차·조선·항공·유통·국방에 이르기까지 핵심 경쟁 요소가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예로부터 인재를 소중히 쓰는 국가나 기업은 흥했고, 그렇지 않으면 쇠했다.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사자성어의 생명력이 여기에서 기인한다.
지금은 어떤가. 정통부와 과기부를 통폐합할 당시 테크노크라트들을 경제·행정·문화 부처들이 모셔가는 것이라고 자위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장차관급은 물론이고 실·국장, 과장급 인사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문화부·행안부·지경부 조직에서 살아남아 적응했지만 상당수 고참 과장급, 실·국장급 인사들이 전문 업무와는 관계가 없는 자리를 전전하거나 현직을 떠났다. 특히 IT는 타 산업과의 융합 혹은 접목을 강조하면서 어느 부처에서도 이와 관련된 조직이나 인재를 중히 썼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있던 조직만 분리하거나 없애 놓고 인력을 분산시킨 일이 전부다.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는 늘 새롭다. 수천년 전의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렇다. 진정한 위정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사람을 바로 볼 줄 알며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줄 아는 인물이다.
다가온 범띠 해, 2010년의 화두는 그래서 다시 인재다.
박승정 정보통신담당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