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가 밝았다. 1년 전의 오늘과 달리 희망과 자신감으로 가득한 아침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와 산업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바닥 모를 절망과 불안에서 시작했지만 끝내 극적인 환희와 희망으로 마무리했다. 그 맨 앞에 우리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있었다.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간판 IT산업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글로벌 금융 위기 전보다 더욱 높여 정상에 올랐다.
IT산업은 특히 다른 업종의 수출이 곤두박질치는 사이에 기록적인 수출로 우리나라를 사상 처음 수출국 톱10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절망과 비탄에 빠진 우리 경제와 산업 그리고 국민에게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문득 데자뷰(기시감:旣視感)를 느낀다. IT 벤처로 외환 위기를 극복한 10년 전, 바로 그 모습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2009년의 IT코리아는 정말 위대했다.
2010년은 단지 ‘또 다른 한 해’의 의미 이상이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시킨 IT가 또다시 10년의 행진을 시작한다. 앞으로 10년은 우리나라에 아주 중요한 기간이다. 초일류 국가로 가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시기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로선 2010년이 새 밀레니엄과 새 세기를 맞았던 2000년보다 더 중요한 해다.
세계 경제의 회복 기조 속에 경쟁국 기업들도 되살아날 것이다. 경쟁은 다시 치열해진다. 우리 기업들이 안주할 틈은 여전히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혁신 그리고 대·대, 대·중소 기업 간 상생으로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스스로의 미래는 물론이고 이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중국의 파워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은 자동차에 이어 전자제품에서도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 된다. ‘세계의 공장’과 ‘세계의 시장’을 동시에 거머쥔 중국이 그나마 우리나라에 맥을 못추는 분야가 IT다. 중국 정부와 기업의 등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한·중·일 동북아 3국 공동 자유무역협정(FTA) 체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철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계기로 지금껏 세계 경제의 변방에 머물렀던 아프리카 대륙도 깨어날 것이다. 미국과 EU 중심의 시장 전략에서 탈피해 신흥 시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하는지에 따라 우리 IT와 경제의 미래는 확 달라진다. 에너지 고갈 속에 각국의 자원 확보와 청정에너지 개발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자본이 떨어지지만 IT를 활용해서라도 자원 강국과 교류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녹색성장을 견인할 그린산업에서 구체적인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도 숙제다.
우리가 짧은 기간에 IT 강국이 된 것은 정부와 업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서비스를 앞서 도입하고 이를 적극 수용해준 소비자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뒤늦은 아이폰과 트위터 열풍에서 보듯이 창의와 아이디어가 관건인 새로운 IT 환경에서 국내기업은 한발 물러서 있다. 3차원(D) TV 방송을 비롯한 신규 서비스 도입과 디지털 전환, 무선인터넷 개방 등 아이디어가 넘치는 분위기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당면 현안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우리의 미래를 제시할 IT를 전면에 내세운 IT뉴딜 정책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할 것이다. 거대 물결인 융합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시작으로 IT와 비IT의 융합도 본격화할 것이다. 이젠 기술 융합을 넘어 비즈니스 간, 사람 간 융합도 활발해질 것이다. IT는 물론이고 다른 산업과 비즈니스를 잘 아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우리는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던 벤처기업가들이 또다시 힘찬 도전의 발걸음을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 10년간 그랬듯이 앞으로 10년간 믿을 것은 ‘IT코리아의 힘’밖에 없다. 우리는 이 힘이 10년 뒤에 또다시 환희와 갈채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그러기에 경인년(庚寅年)의 출발은 가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