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790∼862메가헤르츠(㎒)’대역에 세계 이동통신 미래가 깃들었다. 주요 국가 아날로그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 물결을 타고 차세대 이동통신의 궁극적인 목표인 간편한 국제 로밍(roaming)을 실현할 대역으로 떠올랐다.
31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에 따르면 790∼862㎒가 방송·통신 공유 대역으로 가치가 높아져 새해 4월 제네바에서 열릴 ITU-전파통신부문(R) 조인트태스크그룹(JTG) 5-6 회의에 시선이 모였다.
유럽 주요 국가의 아날로그 TV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한 뒤 확보될 790∼862㎒를 통신에 함께 쓸 방법을 찾는 게 JTG 5-6의 목표다. 기존 주파수를 내놓아야 하는 프랑스 방송사의 반발이 심해 ‘세계전파총회(WRC)-12’ 전에 JTG 5-6 회의를 한 번 더 열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새해 4월 10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릴 회의에서 논의를 끝내기로 해 주목된다.
세계 주요 국가는 각자의 실정에 따라 790∼862㎒대역 내 적정 폭을 아날로그 TV방송에 썼다. 이 가운데 470∼790㎒를 디지털 TV에 쓰고, 나머지(790∼862㎒)를 통신에 함께 이용하려는 게 ITU-R의 계획. ITU-R은 이를 위해 이미 790∼862㎒를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한 상태다.
한국은 그동안 470∼806㎒까지만 TV 방송에 썼고, 470∼698㎒를 디지털 TV 대역으로 확정했으며, 824∼849㎒를 이동통신용(SK텔레콤)으로 쓰는 등 JTG 5-6에 대응한 주파수 운용체계를 유지해왔다. 470∼862㎒를 모두 방송에 쓰던 유럽과 달리 미국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JTG 5-6에 적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은 유럽의 주파수 공유 문제를 다룰 JTG 5-6 회의 결론에 따라 기존 방송·통신 전파 이용체계가 뒤틀리지 않게 방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흐름에 맞춰 지난 30일 2009년 제64차 회의를 열어 470∼698㎒를 디지털 TV방송 대역으로 확정하고, 698∼806㎒대역을 회수·재배치할 계획을 확정했다.
전파연구소 성향숙 박사는 “차세대 이동통신의 국제 로밍을 구현하려면 세계 각국이 같은 주파수를 쓰는 게 가장 간편하다”며 “쓰기 좋은 주파수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세계 공통 관심사이고, 그렇게 찾는 대역 가운데 하나가 790∼862㎒”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