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1일 저녁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 총지출(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을 정부가 제출한 291조8000억원보다 1조원 증가한 292조8000억원으로 전격 의결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284조5000억원)보다 2.9% 증가하고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한 예산(301조8000억원)보다는 3.0% 감소한 규모다.
새해 예산안은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7명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이날 표결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이 참여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여야간 합의처리 원칙을 깨고 예산안을 단독처리한 데 대해 의장석 주변에서 강력 항의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국회는 또 야당 의원들이 예산안 의결 뒤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오전 심사기간을 지정한 국세기본법 등 예산부수법안도 직권상정을 통해 통과시켰다.
내년 예산 총지출(세출예산+기금)은 정부안에 비해 1조원 증가한 292조8000억원이다. 국회 심사과정에서 증액이 4조2000억원, 삭감이 3조2000억원 이뤄지면서 전체적으로 1조원의 총지출이 증가한 것이다. 지방교부금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조3000억원, 유가완충준비금 석유공사 출자전환이 7000억원 증가하고 공자기금 지방채 인수 4000억원, 국가하천정비사업 3000억원, 환율조정 3000억원이 총지출에서 각각 감소했다.
반면 총수입은 3조원 증가한 290조8000억원이다. 항목별로 국세수입이 1조8000억원 증가하고 유가완충준비금(7000억원), 공정위 과징금(2000억원), 정부출자 배당수입(1000억원)이 늘어난 결과다.
특히 국세수입 증가는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당초 4%에서 5%로 상향 조정한 부분에다 국회가 세법 심사과정에서 내년 예정된 고소득층 소득세, 대기업 법인세 인하계획을 2년 간 유예한 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한편,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70여명은 본청 중앙홀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참으로 참담하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일방적 요구에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이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국회법은 완전히 유린됐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