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5면)/파워인터뷰/KEPCO 김쌍수 사장

 “KEPCO가 혁신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영성과를 내는 것이죠. 바로 프로핏센터(Profit Center)입니다.”

 지난해 공기업에 혁신 바람을 몰고 온 혁신전도사 김쌍수 KEPCO 사장. 지난해 김 사장의 칼바람은 매서웠다. ‘공기업=철밥통’이라는 등식을 깨버린 것이다.

 2009년 KEPCO의 경영화두가 ‘쌍수식 혁신’이었다면 올해 새로 제시한 비전은 프로핏센터다. 프로핏센터는 기업의 이익관리 단위로 대표적 예로 사업부제를 들 수 있다.

 김 사장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제고하는 첩경은 기업의 모든 부문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프로핏센터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모든 단위조직이 서로 벤치마킹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 회사 전체의 경영성과를 제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핏센터를 구현키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은 각 조직을 맡은 리더의 역량과 책임감입니다. 한 조직의 장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그 직위를 수행하기 위해 져야하는 막중한 책임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인식이 기업문화로 정착돼야 합니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 2010년에는 모든 사업소장을 소사장 개념으로 보고 조직 단계별로 목표를 정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렬된 목표를 기준으로 관리항목을 도출해 경영계약을 체결할 것이며, 목표 달성도에 따라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혁신활동 방향도 2010년에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제도를 개선하고 프로세스를 변화시켜 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맞춰 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일부에서 KEPCO가 공기업의 소임을 등한시하고 너무 수익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수익성과 공익성은 상호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가령 KEPCO가 공익성을 추구한다며 ‘떼를 쓰는’ 한 고객의 전기요금을 깎아 주었다고 한다면, 이러한 업무처리는 실제로는 수익성과 공익성 모두를 훼손하는 것이 됩니다. 받을 돈을 못 받아 회사의 수익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고, 원칙에서 벗어난 업무처리로 해당 고객에게 깎아준 금액이 나머지 모든 고객들에게 전가돼 공익성도 저하되기 때문이죠.”

 KEPCO는 공공기관이라기 보다는 기업이며, 단지 다루는 재화가 전기라는 공공재일 뿐이라는 게 김 사장의 주장이다. 당연히 기업으로서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그러다 보면 결국 공익성도 극대화된다는 설명이다.

 “굳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같이 거창한 개념을 들먹일 필요도 없습니다. KEPCO의 재무성과가 좋아지면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전체의 공익성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논리만 봐도 수익성과 공익성의 관계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김 사장에게 남은 과제는 혁신활동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아 혁신이 더 이상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현업을 수행하듯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활동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지나친 위기의식은 조직 내부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적정한 수준의 위기의식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게 되면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사장은 KEPCO의 완벽한 체질 개선 이후의 발전을 위해 우선 해외에서 신규 성장동력원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전력판매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KEPCO는 물론 전력산업계의 앞날은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새롭게 선보인 KEPCO의 비전에 2009년 기준 5000억원 수준이던 해외사업 매출액 규모를 2020년까지 27조원 규모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담겨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게 바로 원자력 발전의 해외수출이다.

 김 사장은 연료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전세계적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약 300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00조 원대의 새로운 해외 시장이 열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전력그룹사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 쓸데 없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연료비 연동제 등 합리적인 전기요금 시스템을 정착시켜 전력그룹사의 재무 기반을 안정화하는데도 역점을 둘 계획이다.

 “KEPCO의 혁신활동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진정한 성과는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산업 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해온 KEPCO가 3만달러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전력회사로 도약하고, 나아가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거듭나는 길은 혁신의 필요성을 2만1000명 전 직원이 몸으로 느끼고 실천하는데서 시작합니다.”

 

 ◆소박스/스마트그리드 관련 1문 1답

 -스마트그리드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인 이유는.

 ▲ 스마트그리드는 신재생에너지를 기존 전력망에 수용하고 전기자동차의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다. 이산화탄소 절감은 물론 전력망 지능화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해외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발전과 송배전설비의 지능화와 첨단 IT기술의 융합으로 스마트 송배전을 통해 전력손실을 줄이고 전력계통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에너지비용 절감으로 이산화탄소 감축도 가능하다.

 -KEPCO가 스마트그리드를 주도해야 하는 이유와 이를 위한 전략은.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의 지능화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연계되고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가 구축되는 등 다양한 관련 분야 서비스들이 창출되는 사업이다.

 성공의 핵심은 지능형 전력망에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첨단 전력기술이다. 제주 통합실증단지도 새로운 시스템을 전력계통망에 연계해 실증하게 되며, 안정적 전력계통 운영·보안·고객안전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 핵심기술 확보 및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하고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전력회사가 중심이 돼야 한다.

 KEPCO는 세계 최고의 전력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고,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인 전력기술을 기반으로 연관 산업계와 함께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현재 실증단지 시범사업 5개 전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전력망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최첨단의 스마트그리드 통합운영시스템을 구축, 차별화된 실증을 추진해갈 예정이다.

 -스마트그리드의 해외수출 전략은.

 ▲스마트그리드는 국가별 전력시장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추진 중이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다각적인 사업화와 수출이 가능하다.

 KEPCO는 배전자동화 및 AMR등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기반기술에 대한 해외실증 및 수출을 이미 진행해왔다.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조기 사업화 및 수출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과 호주는 노후화된 전력설비 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동남아지역의 경우 분산형 전원 중심의 스마트그리드형 농어촌 전화사업 등 특화된 실증 및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그리드 핵심기술 개발 및 국제표준화 주도로 수출기반을 구축하고, 글로벌 전력회사간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기업과의 해외 동반진출로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소박스/KEPCO 2010년 사업계획

 KEPCO의 올 사업계획은 2020 비전인 ‘Global Top 5 Utility for Green Energy’와 중장기 전략방향에 맞춰 설정했다.

 2010년 주요 경영목표는 크게 △그린오션 선점 △사업영역 확장 △전력사업 운영 최적화 △경영시스템 선진화 등 4대 부문 12개 전략과제로 구성된다.

 KEPCO는 우선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하기 위해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수출형 원전·스마트그리드 등 8대 핵심 녹색기술을 선정하고, 2020년까지 3조253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선진국과의 녹색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조기에 시장진입 토대를 마련해 2020년까지 약 10조원의 국내외 신규 매출을 창출할 계획이다.

 해외사업 확대는 국내 전력수요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화력발전사업에 국한되었던 기존 해외사업을 송배전·신재생에너지·컨설팅 사업 등 전 영역으로 확대하고 진출지역도 다변화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5280억원의 해외매출을 달성했고 2010년에는 880㎿ 규모의 해외사업주를 통해 6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게 목표다.

 또한, 호주·인도네시아 등 주요 자원보유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 발전연료인 유연탄과 유라늄의 자주개발물량을 11%에서 16%로, 7%에서 15%로 각각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요르단·터키 등 원전수출 핵심국가에 대한 한국형 원전 수출도 강화키로 했다.

 최고 품질의 전력을 공급키 위해 새해엔 고객의 편의성과 기업성을 고려, 전기공급약관을 전면 개정하고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시범사업 시행 및 전기자동차 관련 영업제도를 수립할 예정이다.

 영업창구를 IT화해 인터넷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여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약 14만호의 고압고객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전력소비컨설팅시스템 적용대상을 약 5만8000호의 저압 원격검침고객에게로 확대키로 했다.

 전국에 산재된 14개 전산센터도 2012년까지 통합할 계획이다. 지난해 보다 5.3% 늘어난 5조4760억원의 투자예산을 편성하고, 상반기에 61%를 조기 집행키로 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복지할인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저소득층이 최소한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키로 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