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신도시에 위치한 유성계전(대표 이진락 www.yousung.com)은 전기·전력 관련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강소기업이다. 수배전반을 비롯해 자동제어반, 축소형 감시 제어반 등 20여 종의 다양한 전력 보호 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198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전력 관련 장비인 ‘디지털 자동전압조절장치(AVR:Automatic Voltage Regulator)’를 개발해 일약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떠올랐다.
통상 전력은 일정한 전압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VR는 발전소와 변전소에 꼭 있어야 할 필수품이다. 하지만 유성계전이 지난 2000년 디지털 AVR를 개발, 출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은 독일 다국적기업 MR가 독점하고 있었다.
인천의 ‘자그마한’ 기업인 유성계전이 ‘겁도 없이’ 거대 글로벌기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순전히 이진락 대표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뚝심,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외산을 대체해야겠다는 열정 때문이었다. AVR를 국산화하기로 마음먹은 유성계전이 택한 첫 전략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었다.
MR가 공급하는 AVR의 장단점을 ‘A부터 Z’까지 파악한 유성계전은 이어 독자 개발의 어려움과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AVR 수요처인 KEPCO(한국전력)와 손을 잡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후발주자의 단점을 일거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 파괴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유성계전은 당시 세계시장에 없는 ‘디지털 AVR’에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벽은 높았다. 임직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지만 개발은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MR가 먼저 디지털 AVR를 개발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동안 공 들여 왔던 유성계전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유성계전은 좌절하지 않았다. MR 제품보다 더 뛰어난 디지털 AVR를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마침내 갖은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옥동자’를 세상에 내놓았다. 외국에서 전량 수입한다는 ‘국가 불명예’를 일거에 해소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외산 AVR의 가격은 크게 내려갔다. 그뿐만 아니라 그전에는 고장이 나면 일일이 외국에 보내야 하던 번거로움도 줄었다. 현재 전국 600여 변전소에 있는 디지털 AVR 중 30∼40%는 유성계전 제품이다.
이제 유성계전은 녹색 성장 시대를 맞아 ‘전력 IT’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날로그, 디지털에 이어 3세대형이라 할 수 있는 지능형 제품 개발에 착수, 조만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지능형 계전기(IED:Intelligent Electric Device)’라 불리는 이 제품은 스마트그리드 시범지역인 제주실증단지에 올 6월 경 처음 공급된다.
이 대표가 오매불망하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보다 속도를 낸다. 이미 미국·캐나다에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일본·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들 시장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성계전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이들 시장을 두드려 왔다. 이는 CEO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것도 유성계전의 또 다른 장점이다. 1995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유성계전은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쓰고 있으며, 전체 직원의 30%가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다.
인천=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인터뷰-이진락 대표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고품질의 제품을 시장에 제공해 기업의 성장과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세 가지 설립 이념이다. 첫째는 외국산 자재 국산화, 둘째는 품질 향상을 통한 국가 산업 발전 기여, 셋째는 국제화에 부응한 해외 진출이다.
-회사의 기술경쟁력은.
▲배전반과 제어반용 무접점 시스템 등 11개의 특허와 6개의 실용신안, 그리고 5개의 디자인 의장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과 유망중소기업, 혁신형 전력벤처기업 인증서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취약점인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비중을 계속 높여나갈 계획이다.
-시장 전망과 새해 각오는.
▲선진 경영을 펼쳐 앞서 가는 전력기술과 전력보호기기를 연구개발해 최고의 품질을 시장에 선보이겠다. 주력시장인 KEPCO 납품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관공서와 대기업 시장 개척에서도 점차 성과를 내고 있어 고무적이다. 특히 올해는 신재생 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같은 전력IT 분야에 더욱 힘을 기울일 작정이다. 일본·아프리카·중남미같은 해외 시장 개척에도 더 힘을 쏟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