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케이드 게임의 미래를 밝힌다.’
지난 해 말 부산 사상구 동서대학교 밀레니엄관 2층에 자리잡은 ‘첨단아케이드게임 지역혁신센터(AGRIC, 센터장 윤태수)’는 겨울방학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에 열중하는 학생들과 지도 교수들로 붐볐다. 한 켠에는 일본서 유행해 최근 우리나라에도 선보인 터치스크린 방식의 첨단 아케이드 게임기의 국산화 연구가 한창이다.
다른 쪽에서는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기능성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센터 복도와 벽면에는 디지털 병풍, 코인식 테스트용 게임기기 등 그간 연구개발한 하드웨어와 게임 콘텐츠를 소개하는 판넬이 즐비하다. ‘아케이드 게임이 이렇게 다양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꼭 봐야 한다”는 윤태수 AGRIC 센터장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산학연계 게임개발 사업화실’은 이제 막 창업한 소호 기업을 한데 모아놓은 것 같았다. 100평 남짓한 공간에서 학생들이 삼삼오오 팀을 구성해 각각의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현하고 있었다. 여기서 만든 게임 중 우수 작품이나 기술은 기업으로 이전하거나 상용화 단계를 밟고, 때로는 학생 창업도 한다.
동서대 AGRIC는 국내 유일의 아케이드게임 전문 지원기관이다. 지난 해 11월 지식경제부 지역혁신센터(RIC)로 선정된 이후 첨단 장비구축과 아케이드 게임 관련 기술개발 및 지원을 선도하며, 부산 중심의 한국 첨단아케이드 게임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곳이다.
AGRIC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명칭에 나타난 대로 ‘첨단 아케이드게임’이다. 여기서 첨단아케이드 게임은 기존 아케이드 게임에 ‘첨단’자만 갔다붙인 것이 아닌 새로운 기능의 목적성 엔터테인먼트를 뜻한다. AGRIC는 닌텐도 위(Wii) 같은 체감형 콘솔게임부터 노인을 위한 기능성 게임, 교육용 게임과 스크린 골프까지 첨단 아케이드 게임의 영역을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게임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이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과거 국내 처음으로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보급했을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충분한 기반과 잠재력을 갖춘 지역이다. 일본과 가깝다는 지역적 특성과 함께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이전 예정지도 부산이다. 최근에는 하드웨어 개발에 필요한 부품산업이 주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영화·영상 등 SW를 담당하는 각종 콘텐츠 기업도 증가 추세에 있다.
국가 차원의 게임분야 지역혁신센터가 부산 동서대에 세워진 이유다.
이 같은 여건을 토대로 AGRIC는 AGRIC만의 3단계 연구개발 계획을 세우고, 부산발 한국 아케이드게임의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1단계는 수입대체·국산화에 포커스를 맞춘 첨단 아케이드 디바이스 개발. 홀로그래픽 프로젝션(Holographic Projection)과 앞서 나온 멀티-터치 스크린 일체형 아케이드 기기 등 그간 외산이 주류를 이뤄온 아케이드 게임 개발을 위한 기반기술 및 기기의 국산화가 목표다.
2단계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추진하는 인증체제 구축이다. AWP(경품용게임기) 종합관리시스템 개발 등 아케이드게임 표시 장치·관리 체계와 포터블 형식의 검사장치 개발 등을 토대로 해외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 3단계는 수퍼돔 시스템 기술, 4D 극장형 시스템 개발 등 테마파크형 대형기기를 개발해 국내 아케이드 게임 활성화와 세계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