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웹 접근성] (하)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웹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패러다임을 전환하라.”

 전문가들은 웹 접근성 준수 의지가 낮은 민간기업의 참여를 높이려면 웹 접근성 준수 의무를 위반할 때 강력한 제재와 아울러 자발적인 실행을 유도하는 제도 마련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웹 접근성 개선이 사회적 비용을 줄여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도움을 준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인터넷 기반 기업의 매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도 널리 알려야 한다. 공공기관도 ‘무늬만 웹 접근성’인 상황을 개선하려면 웹 접근성과 웹 표준을 함께 충족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할 필요가 있다.

 ◇명확하고 효과적인 처벌 필요=‘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시행령 30조를 따르면 웹 접근성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법률과 달리 과태료 부과액이 명확하지 않다. 위반 사실이 밝혀진 뒤에야 개선해도 되는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이어서 실효성도 떨어진다. 김종욱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실장은 “과태료로 한정한 처벌 규정이 약하다. 현행 법으로는 시정명령·권고를 받고 난 뒤 개선해도 돼 준수 의지가 낮은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웹 표준화 사업과 웹 접근성 개선 사업에서 상충하는 솔루션 구축 기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웹 접근성 기준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브X 사용을 금하지만, 웹 표준은 이를 사실상 허용했다.

 ◇비장애인, 기업에 도움된다는 인식 확산 절실=행정안전부는 최근 5000종가량의 민원 업무 중 약 1800종을 온라인 서비스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민원 이용률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연간 사회적 비용 6000억원을 절감하며 교통량과 종이 소비 감소로 약 6만8000톤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웹 접근성을 개선하면 온라인 서비스 이용률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문선주 펭귄소프트 사장은 “온라인 민원서비스가 직접 관공서를 방문할 수 없는 장애인·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절실하지만 웹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소기의 효과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의 참여 확대는 G마켓, 옥션은 물론이고 신세계·롯데·현대 등과 같은 유통업체의 인터넷 매출에도 상승 효과도 있다. 외국 유통업체들은 이를 간파해 발빠르게 대응한다. 영국 전자상거래 업계 단체인 IMRG의 제임스 로퍼 CEO는 “웹 접근성을 제공하면 매출이 450억파운드에서 550억파운드로 100억파운드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만 90만개 사이트의 웹 접근성을 개선한다면 웹 접근성 관련해 최소 2조원가량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인증 획득에 머물러선 안 돼=행안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웹 접근성을 개선한 공공기관을 상대로 웹 접근성 품질마크 인증제도를 시행한다. 한국웹접근성인증위원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등 민간단체도 유사한 제도를 운용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증마크는 웹 접근성을 준수하는 기준에 불과할 뿐 ‘인증 획득=장차법 준수’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장차법 준수와 웹 접근성 인증 마크 획득은 별개 문제다. 웹 접근성 품질을 높였을 뿐 웹 접근성을 100%로 준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SW전문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마크를 획득해 ‘무늬만 웹 접근성’을 준수하는 게 아니라 사내 IT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뒤따라야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