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가 하이닉스의 지분 인수 의사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하이닉스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은 우선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매각절차(1월 29일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를 진행 중이어서 국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UAE가 하이닉스 전체 혹은 일부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한승수 전 총리를 대표로 한 UAE 원전 수주 사절단이 아부다비를 방문했을 당시 UAE 정부가 하이닉스 지분 인수 의사를 밝혔다”며 “전체 지분 인수가 어렵다면 일부 지분이라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5일 밝혔다.
UAE 정부가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한다면 막대한 투자금액을 보유한 아부다비 국영 투자회사인 ATIC(Advanced Technology Investment Company)를 통해 추진할 것이 유력하다.
ATIC는 지난해 80억달러를 투입, AMD의 제조부문을, 올 9월에는 파운드리 기업인 싱가포르 ‘차터드’를 각각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자국에 반도체공장까지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왈리드 알 무하이리 ATIC 회장은 지난해 한 포럼에서 “앞으로 4년 내 아부다비에 파운드리공장이 세워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오는 2030년까지 아부다비 내 반도체산업 종사자만 4만명에 이를 정도로 키울 것”이라는 구체적 구상까지 밝힌 바 있다. ATIC에 지분을 투자한 아부다비 국부펀드 규모는 6000억달러(700조원)로 국부펀드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이와 관련, 지난달 지식경제부는 UAE 원전 계약식을 마친 후 UAE 정부와 반도체 기술 및 인력 교류 등을 포함한 한·UAE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경제협력 체결 직후 “UAE 측이 반도체뿐만 아니라 태양전지 분야에도 관심이 높아 이 분야의 협력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UAE는 석유고갈 이후에 대비해 연방 창립 40주년을 맞는 2011년 하이테크, 신성장 산업 육성 등의 계획을 포함한 새로운 국가 전략을 준비 중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