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직접투자(FDI)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척도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FDI가 114억8400만달러 규모로 전년에 비해 1.9% 줄어드는 데 그친 것은 세계적인 경기 위축과 투자 급감 등의 환경을 고려한다면 대단히 선방한 수치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착실히 기업 환경을 개선해 나간 결과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410억달러 무역흑자라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성적을 거두면서 우리는 대외적으로 기업 활동과 사업 환경 모두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중에 전기·전자 분야 FDI가 크게 늘어난 것은 유독 반가운 일이다. 투자도 고용과 마찬가지로 규모도 중요하지만 질이 더 중요하다. 투자의 질이 높아야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올라간다. 그것이 다시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의 뛰어난 IT 제조 및 서비스 기반을 활용해 해외로부터 양질의 돈줄을 끌어온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부가 신성장동력 분야를 향후 중점 FDI 유치 분야로 정한 것은 미래를 정확히 짚은 것으로 볼 수 있다. LED, 차세대반도체,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우리 기술과 산업 터전에 눈길을 보내는 외국 큰손들이 많다. 다만, 그중에 우리 기업과 산업을 함께 키울 질 높은 투자자를 선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괜한 투자 목표에 매달려 무작정 끌어들였다가 나중에 ‘먹튀’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FDI 규모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FDI로 인해 파생될 우리 기업과 산업의 업그레이드 비전과 계획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