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투자(경영권 확보)는 NO, 재무적 투자는 OK.’
해외 투자자의 하이닉스에 인수에 대한 채권단과 정부의 입장이다. 따라서 UAE 측이 과연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지에 따라 하이닉스 매각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어떤 형태로든 선행 중인 국내 매각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됐다.
◇경영권 주지 않고 일부 지분만 매각이 최선=채권단과 지식경제부 등은 UAE 측의 하이닉스 지분 인수 움직임을 전혀 알지 못한데다 국내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표명하는 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1월 말까지 국내 기업 대상으로 인수의향서를 받는다는 방침은 불변”이라면서도 “기한 내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는 기업이 없으면 주주협의회를 거쳐 향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이럴 경우 지분을 쪼개 파는 블록세일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외 투자도 받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경영권을 내주는 전략적 투자자 영입은 곤란하다”며 “그러나 재무적 투자자는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UAE 측이 반도체 산업 자체에 관심이 큰 것을 감안하면 경영권까지 확보하는 인수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채권단은 매각 여부에 결론을 내려야 하며 셈법은 복잡해지게 된다. 그러나 향후 UAE와의 원전 협력과 전체 경제 협력을 위해, 희박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전격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내 매각에도 영향 미칠 듯=UAE 측의 하이닉스 인수 표명은 이번만이 아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6월 아부다비 투자사절단을 대상으로 여의도 본사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고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 현재 매각 추진 중인 기업 현황을 소개했다. 지경부 측은 “아부다비 투자사절단이 이때에도 하이닉스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더 이상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UAE 측이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반도체 산업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다는 숙원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부다비 국영 투자회사인 ATIC는 파운드리 분야의 AMD 제조와 차터드 등을 인수, 파운드리에서 곧 3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의 총아인 종합 반도체 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조기에 반도체 분야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사막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꿈을 실현하는 데 적격인 셈이다. 해외기는 하지만 새로운 인수 의향자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국내 매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무산 후 현재까지 겉으로 드러난 인수 기업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해외에서 입질이 시작된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국내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효성과 같이 투자 의향은 있으나 자금 동원력이 미약한 그룹이 아부다비 자본과 같은 해외 자본과 협력해 경영권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화하면 그간 하이닉스 인수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일부 대기업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현재로선 모두 관측일 뿐이지만 그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던 하이닉스 매각이 새로 생긴 아부다비 변수로 인해 새 국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