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연계 태양광발전 항공기 개발 나서야죠”

“IT와 연계 태양광발전 항공기 개발 나서야죠”

 우리나라에서 처음 비행체를 만들었다는 기록은 임진왜란 때 영남의 진주성이 왜군에 포위되자 정평구라는 사람이 만들어 30리를 날았다는 설이 있다.

 실제 전투기로는 1980년대 들어 처음 ‘제공호’가 만들어졌고, 이후 90년대 들어 훈련기인 KT-1과 T-50 등이 국내 순수 기술로 제작됐다.

 그러나 무동력기를 제작해 성공한 사례는 지난해 말 공군이 150m를 난 ‘인력비행기’가 최초다. 이 ‘인력비행기’ 제작을 주도한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한국항공우주연구원 초빙 연구원)은 “국내 항공 분야에서도 고고도 장기 체공 비행체 설계의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비행거리는 언제든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노하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당시 공군 전투발전단장을 맡고 있던 이 소장이 제안해 연구를 시작한 이 인력비행기는 지난해 말 30m의 날개를 가진 40㎏짜리 초경량 무동력 비행체 ‘스카이 러너’를 만들어 3∼4m의 높이에서 150m를 나는데 성공했다.

 이 소장은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서 항공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군 재직시 훈련기만 10년을 연구했다. 지금은 충남대서 종합군수체계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이 소장이 이 일을 성사시키는데는 난관도 많았다. 상업성이 없어 돈이 안되다 보니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

 이에 이 소장은 일일이 대기업 설득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지원한 1억5000만원은 큰 힘이 됐다. 이어 삼성테크윈과 대한항공,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로스트왁스, 연합알미늄 등이 십시일반해 거금(?) 3억원을 마련했다. 재료비를 마련한 이 소장은 제작인력은 모두 자원봉사로 충당했다. 항공대학과 KAI 등에서 설계인력, 공군사관학교에서는 제작인력을 지원했다.

 “가벼운 소재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사람의 힘으로만 날아야하기 때문에 비행체 무게를 40㎏ 이하로 만들 초경량 소재가 필요했습니다.”

 운전석은 첨단 소재인 두랄루민, 날개는 스파복합재료(그래파이트), 날개 뼈대는 하드보드와 발사(얇은 목재판)를 썼다. 또 표피는 마일러필름이라는 특수강화비닐을 활용했다.

 설계도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이같은 인력 비행기를 만든 경험이 아예 없었기 때문. 날개가 유난히 긴, 설계 모양이 독특한 만큼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시험비행 과정에서 동체와 날개 접합 부분이 아홉번이나 부러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이 소장은 무게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동체와 날개간 이음매를 강화하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확보했다.

 그는 태양전지를 이용한 인력 비행기를 만들어 일본 대한해협을 건너는 것이 향후 1차 목표다. 이미 초경량 장기 체공 항공기로서의 기반 기술은 확보됐다는 판단이다. 국내의 태양전지와 항공기 설계 및 체계종합기술, IT를 연계시킨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태양광발전 항공기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목표는 군용 장기 체공 무인정찰기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경제성도 있어 기존 정찰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민간 부문에서는 통신중계나 산불 감시용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MIT의 경우에는 듀퐁이 70억원을 지원해 태양광 무인기까지 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업체의 지원이 아직까지 미미한 것이 아쉽습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