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단독 대표를 맡은 최지성 사장이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1분기 출발이 좋아 지난해에 비교해 상전벽해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 위기를 무사히 넘겨 올해 확실한 승자 자리를 확보 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어 TV·휴대폰·반도체·LCD ‘4대 주력 사업’은 차별화 전략으로 압도적 위상을 제고하고 PC·프린터·시스템LSI·가전·네트워크·이미징 등 ‘6대 육성 사업’으로 글로벌 강자로 동반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해로 삼겠다는 세부 전략을 공개했다. 최근 여론의 관심이 높은 ‘세종시 빅딜설’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는 아무 것도 없다며 단지 국가적인 사업인 만큼 삼성이 역할이 있다면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원칙론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다음은 최 사장과 일문일답.
-지난 한해를 평가하다면.
▲1년 전 세계 경기침체로 인해 생존을 걱정할 만큼 암울했으나 삼성은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냈다. 올해는 모든 제품이 모든 지역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역동적인 경영을 해 나갈 방침이다. 세트와 부품으로 나뉘었던 사업 구조를 1년 만에 단일 체제로 개편한 것도 속도와 효율을 높여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실적과 관련해서는 당장 7일(오늘) 4분기 결산을 발표할 예정인데 세부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시장의 기대를 훨씬 뛰어 넘었다.
-휴대폰과 TV 실적이 좋았다는데.
▲삼성이 시장을 주도한 ‘LED TV’는 270만대가 팔리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1000만대는 자신 있다. 매출면에서도 경제 불황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당장 실적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어 결과치를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해 초 약속한 수익률 두 자리, 성장률 두 자리 등 ‘트리풀 투’ 전략을 거의 달성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구세주는 휴대폰과 TV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사장은 이 대목에서 TV 사장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을 ‘윤티비’, 휴대폰 수장인 신종균 사장을 ‘모바일 신’이라고 추켜 세웠다.)
-올해 경영 계획은.
▲제품별 시장 지위와 지역 특성을 고려한 글로벌 1위 달성을 위한 세분화 전략을 전개해 10년 뒤 매출 4000억달러를 목표로 비전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LED TV 돌풍으로 5년 연속 세계 1위의 압도적 위상을 이어 가고 특히 경쟁사와 매출과 이익률 격차를 크게 벌려 놓겠다.
특히 압도적인 경쟁력을 이미 확보한 반도체·LCD 부문은 자기 혁신을 거듭해 글로벌 리더로서 위상에 걸맞도록 차별화된 강점을 늘려 나가겠다. 6개 부문 육성 사업도 글로벌 플레이어로 동반 도약할 수 있도록 기반을 확립하겠다.
-CES 규모가 축소했지만 오히려 삼성은 참가 규모를 늘렸다. 이유는.
▲CES는 한 해 제품의 흐름과 동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올해 나올 혁신 제품은 대부분 CES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전시회를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시장 판세와 제품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만큼 엄청난 기회라고 본다. 게다가 점차 정보기술(IT)이 정보 가전(CE)으로 흡수되고 있다. CE를 빼 놓고는 IT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전시회에서 주력 제품인 TV와 관련해서는 특히 3D TV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과 기술 리더십을 앞세워 경쟁업체의 추격 의지를 원천봉쇄하겠다. 다소 취약했던 스마트폰은 2010년 전체 라인업을 공개하고 올해부터 승부수를 던지겠다. 이미 휴대폰은 세계 풀 터치폰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등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한 결과, 이익률이 근소하게 앞서고 매출 격차를 크게 좁히는 데 성공해 세계 1위 등극을 가시권 내에 둔 상황이다.
-노키아 사례에서 보듯이 휴대폰은 아웃소싱이 대세라는데.
▲업체마다 전략이 같을 수 없다. 삼성은 삼성만의 방식이 있다. 삼성 밸류 체인에서 제조는 빼 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삼성이 제조를 제외하고 다른 분야를 강화한다고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본다. 삼성은 이미 제조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제조 없는 삼성은 상상할 수 없다.
-콘텐츠와 소프트웨어(SW) 분야가 취약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사실 스마트폰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멍텅구리’ 하드웨어는 의미가 없다. 부가가치를 넣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SW가 뒷받침돼야 한다. 전제한 데로 삼성은 그동안 하드웨어에 주력했다. 그러나 앞으로 사업 지도는 달라질 것이다.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 중이다. 몇 년 후면 성공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이 변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개인적으로 삼성은 경영자가 혹시 판단을 잘못해도 이를 바로 잡아 나가는 자이로스코프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대표를 맡고 있지만 대부분 사업부장과 심도 있게 논의한다. 이전처럼 일방주의, 밀어붙이기 식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강물이 잔잔히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비 고비마다 격량도 있고 소용돌이도 친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내부적으로 쉼없는 조직과 문화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세트에 이어 디바이스를 새로 맡았다. 올해 사업 구상은.
▲디바이스를 맡은 지 이제 며칠 지났다. 11년 만에 다시 부품을 들춰 보기 시작했다. 보고 받는 수준이다. 세부 경영 계획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지 시장 상황은 좋다. 반도체는 사이클이 확실한 회복기로 진입했다. 과잉 투자 단계를 지나 점차 승자독식 구조로 바뀌고 있다. LCD는 반도체에 비해 사이클이 작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 올해 주목하는 건 중국이다. 중국은 제조 기지이자 시장으로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대만업체를 잘 활용하면서 경쟁력을 쌓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난달 15일 사장단 인사로 대표이사에 취임한 최지성 사장은 16일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17일 대표 취임식과 조직 개편을 실시해 2010년 경영 대비 체제를 조기에 마무리 지었다. 이어 18∼19일 세트 부문 전략 회의와 22일 부품 부문 전략 회의를 주재하며 올해 전략 수립을 끝냈다. 이후 CES를 찾아 주요 거래업체와 사업 미팅에 참석하는 등 새해 벽두부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최 사장은 공교롭게 올해가 60세로 호랑이띠다.
라스베이거스(미국)=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 최지성 사장은 누구
최지성 사장은 올해 60세로 호랑이띠다. 60년에 오는 ‘백호’ 해를 맞아 남다른 의미를 두고 2010년을 시작했다. 최 사장은 “생일이 새벽 1시경으로 한밤중”이라며 “이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쉼없이 일하라는 뜻”이라며 올 한해도 무척 바쁠 것이라고 한해 운세를 점쳤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간담회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말한 최 사장은 이번 CES에서 세계 시장에 수위에 올릴 제품군을 열거하고 전략을 공개했다. 최 사장은 ‘디지털 보부상’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특히 미국에서 열리는 ‘CES’,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IFA’는 잊지않고 챙기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최지성 사장은 춘천중학교를 졸업한 뒤 춘천고를 1년 정도 다닌 후 서울고로 옮겨 졸업했다.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과 동시에 삼성물산에 입사하면서 삼성과 첫 인연을 맺었다. 회장 비서실을 거쳐 1985년 삼성반도체로 옮겼다. 1998년까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해외 영업을 맡다가 정보 가전총괄로 자리를 옮겨 TV 사업을 맡았다. 2004년에는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겸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맡아 사장 반열에 올랐다. 2007년에는 정보통신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 휴대폰을 글로벌 수위로 올려 놓았다. 이어 세트(DMC) 부문장을 맡아오다 지난 15일 사장단 인사 때 삼성전자 세트와 디바이스를 아우르는 단독으로 총괄 CEO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