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올해 초 유럽에서 출시할 신형 A8의 순정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자체 하드디스크에 관련 데이터를 내장하며, 고품질의 3차원 영상 재생이 가능한 그래픽 프로세서와 8인치 화면을 탑재했다.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는 업계 최초로 적용된 필기인식 터치패드 위에 손가락으로 써서 입력할 수 있으며, 영어(알파벳)뿐 아니라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까지 인식한다.
지도 등 최신 정보의 업데이트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 이뤄진다. 아우디는 차 안에서 인터넷으로 장소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 뒤 그 결과를 내비게이션에 반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글과 공동 개발했다. 검색엔진으로는 구글이, 지도로는 구글맵이 사용된다. 집이나 사무실의 컴퓨터에서 구글의 지도서비스를 이용해 차량의 이동 경로를 작성한 뒤 이를 차에 옮겨 사용할 수도 있다. 올해 중반부터는 성능이 향상된 인터넷 접속용 모뎀이 적용될 예정인데, 이때는 대용량 데이터의 전송이 원활해지는 덕분에 구글이 제공하고 있는 위성사진 기반의 3차원 지도서비스인 구글어스(Google Earth)까지 내비게이션에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A8의 내비게이션은 운전자뿐 아니라 자동변속기, 헤드라이트, 크루즈 컨트롤을 관장하는 차의 각 제어부에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차의 진행경로를 미리 파악해 그에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진보된 운전자 보조 기능과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다.
가령, 고속도로에 합류하기 위해 진입로를 통과하고 있을 때, 내비게이션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전달받은 헤드라이트는 고속 주행에 적합한 장거리 조명을 작동시킨다. 또, 경로 상에서 방향전환이 이루어지는 교차로에 다다르면 운전자의 조향에 앞서 넓은 범위까지 비춰주는 코너링 라이트를 점등시켜 시야를 확보한다.
자동변속기는 내비게이션 정보를 변속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경로 상에 굽은 길이 다가오고 있어서 곧 다시 감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기어를 높이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변속을 줄이는 식이다. 기존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반사적으로 자신도 속도를 줄였지만 A8에서는 좀더 복잡한 상황을 인식해 그에 적절하게 대응한다. 가령 고속도로 진출로를 앞두고 앞차가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서 속도를 줄인다면, A8의 크루즈 컨트롤은 카메라의 영상정보와 내비게이션 정보의 종합 분석을 통해 앞차가 곧 전방도로를 비워줄 것임을 인식하고 속도 변화를 최소화시킨다.
닛산이 지난 해 일본에서 출시한 신형 푸가 역시 차량의 안전 확보를 위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굽은 길을 앞두고 운전자가 속도를 낮추지 않으면 차 스스로 가속페달에 반력을 주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며, 코너 진입시 적절한 속도가 유지되도록 자동 감속을 실시한다. 코너링 중의 안정된 자세유지에 있어서도 내비게이션 정보를 반영하도록 했다.
아울러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ITS(지능형 교통정보시스템)로부터 정보를 받아 차량 주변의 위험요소를 파악,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운전자가 놓치기 쉬운 신호나 표지를 챙겨주고, 시야가 제한되는 교차로에서는 전방의 정체나 정차차량에 대한 경고를 보내는 식이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최근에는 목표지점까지의 가장 빠른 경로가 아니라 연료 효율이 가장 높은 경로를 안내해 주는 기능도 부각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내비게이션에 의해 전방상황을 미리 파악한 뒤 엔진 브레이크를 거는 등의 방법으로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는 적극적인 기능까지 구현되고 있다. 특히 주행거리의 제약이 많은 전기차등의 경우에는 충전소의 위치 안내는 물론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안내해 주는 기능이 내비게이션에 요구되고 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