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세상] ‘포털’과 ‘웹툰’ 바깥을 바라보기 시작한 인터넷 만화

[만화로 보는 세상] ‘포털’과 ‘웹툰’ 바깥을 바라보기 시작한 인터넷 만화

 흔히 인터넷 만화라고 할 때엔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웹브라우저의 스크롤바를 내려가며 읽는 ‘스크롤 만화’, 다른 하나는 이미 출판된 만화를 스캐닝을 통해 디지털화해 복제방지 처리를 한 뷰어를 통해 보여주는 ‘뷰어 만화’다. 뷰어만화는 웹툰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페이지를 넘겨가며 본다고 해 ‘페이지 만화’라고도 불린다.

 인터넷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2000년대를 전후해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출판만화의 형식을 웹에 옮겨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 일어으나 무료 전략의 한계로 인해 실패했다. 그 틈바구니에서 홈페이지나 카페 단위에서 소소하게 제작되던 스크롤 만화들이 강풀의 등장으로 스크롤 방식을 이용한 극이 가능해지며 웹툰이라는 장르명을 얻었다. 하지만 웹툰은 물론 뷰어만화 또한 인터넷의 세력 판도가 포털 사이트 몇 개로 좁혀지면서 포털 안쪽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물론, 포털 바깥에서도 뷰어 만화 업체는 있었으나 콘텐츠제공자(CP)의 역할을 겸하거나 지원사업을 끼는 등 자체 생존이 쉽지 않은 한계가 있었으며 웹툰은 일부 서점 등에서 만화를 채택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꾸준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일부 품목의 실물 판매가 아닌 이상 무형 콘텐츠는 유료 모델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 또한 기본 이용자 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며 독립 사이트를 개설한다 할 때 그만큼의 인지도와 전송량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만화는 어느 쪽이든 포털, 그 중에서도 일부 몇 곳의 영역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판도의 변화가 찾아온 건 포털에 기반을 둔 웹툰과 뷰어 만화들이 정체기를 맞이하는 2006년 무렵부터다. 글의 내용을 반영하는 장면을 잘라다 붙이며 놀던 ‘짤방’이 ‘짤방보이’ ‘조삼모사’와 같은 공동창작의 묘미를 보여주는 사례로 발전했다. 이어 세계관과 캐릭터를 정해 릴레이로 캐릭터 놀이를 펼치며 창작하는 비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인터넷에서의 만화 창작이 출판사나 포털을 통한 데뷔에 목적을 두기보다 짤방과 같은 놀이문화로 발전해가기 시작한다. 블로그들에선 간단한 영화, 스포츠 감상 등을 만화로 그리는 등 만화를 생활 속 도구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이 오프라인으로도 연결된 사례가 바로 굽시니스트의 ‘본격 제2차 세계대전 만화’다. 국내 최대급 게시판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카툰연재갤러리(카연갤)를 통해 공개된 이 만화는 웹툰의 형식을 띤 개인 연재물로 많이 조악한 그림임에도 감각적이면서도 폭넓게 활용된 패러디와 제법 눈여겨 볼만한 역사관으로 호응을 얻었고 책으로도 출판됐다. 사회 사안별로 펼쳐진 릴레이 만화도 빼놓을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미국 광우병 쇠고기 반대, 미디어 악법 반대 등 다양한 사례에서 만화가들은 포털의 벽을 넘어 자기 의사를 표출해냈다.

 이 밖에도 출판만화의 형식을 따르며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 활발하게 창작되는 일본의 웹 만화들이 블로그 등지에 소개되며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샤다라빠의 ‘꼴데툰’을 실었던 유명 블로그 레진닷컴에는 ‘IGNITE 외전-저렴한 모험자들’이 연재되는가 하면, 게임 ‘마비노기’ 세계관을 독창적으로 재구성한 창작물 ‘사계의 여왕’은 블로그와 게임 사이트 연재란을 통해 구성력과 캐릭터의 개성을 인정받으며 완결 후 찍은 4000원짜리 한정판 외전 동인지가 프리미엄이 붙어 5만원에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또 PC웹은 물론이고 모바일에도 대응하는 블로그 기반 만화 잡지 수박씨(sooobac.tistory.com)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미 만화는 포털 바깥을 넘어서 ‘스크롤’과 ‘페이지’라는 형식 구분마저 무의미한 형태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역할이든 놀이문화로든 다양한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계속 포털 안쪽만을 보는 건 아까운 일 아닐까.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seochnh@manhwa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