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월스트리트로 간 경제학자

[화제의 책] 월스트리트로 간 경제학자

 ◇월스트리트로 간 경제학자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광고 카피가 한때 유행어로 떠올랐다. 지금은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된 한 증권사의 CF에 사용됐던 문구로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을 갖고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여기 무려 55년 동안이나 이런 원칙으로 ‘월스트리트의 구루’로 군림해온 금융인이 있다. 피터 번스타인은 경제학자이자 투자자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리스크’ 등을 저술한 금융 전문가다. 그는 좀 템플턴, 워렌 버핏, 존 네프 등 금융권 대가들에게만 주어지는 미국 투자관리연구협회(AIMRP)의 최고 투자가상을 수상하는 등 월스트리트의 최고 투자자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6월 세상을 등졌지만 여전히 업계의 존경을 받고 있다.

 지난 1970년에 쓴 저서를 개정 출간한 이 책에는 반세기에 걸친 투자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시장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불확실한 예측보다는 합리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며 예측을 포기하거나 거스르는 소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예측이나 소신이 권위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맹신하면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성공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평균적이고 평범한 수익밖에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미 투자자들에게 상식처럼 굳어진 가치주 장기보유 전략 역시 의심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번스타인은 투자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깊이 있는 안목과 판단력, 지혜라고 강조한다. 정보와 상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소신과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돕기 위해 이 책의 각 부분들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자의 스승은 “미래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전개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일 때 투자 성공의 길이 비로소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피터 번스타인 지음, 이건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1만5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