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가 온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현지시각으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산업과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패러다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스마트’”라고 강조했다. 이미 불붙기 시작한 ‘스마트폰’에서 ‘스마트TV’ 이어 ‘스마트 그리드’까지 앞으로 10년은 스마트한 제품과 서비스가 전자·IT·통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해 경영 기조와 관련해서는 “경기 침체 이전 수준으로 회복을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며 비상 경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확대 전략이라는 큰 틀은 변화가 없으며 올해 경영 목표로 전년에 비해 두 자리 이상 상승한 매출 59조원, 투자 3조6000억원을 제시했다.
-올해 경영 기조는.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08년 4분기부터 시작한 경기 침체가 점차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다.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 다행히 지난 1년 동안 비용 3조2000억원을 절감하는 데 성공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올해도 비상 경영 기조는 이어진다. 경기 침체 회복 이후 경기 흐름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확실성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더블 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등 경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사업 기준 환율은 1150원이지만 사실 환율 효과는 앞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대비 수익 목표(ROIC) 는 20% 이상으로 3년 전 10%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잡았다. 신규 고용은 지난해와 비슷한 1000명 안팎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투자비 3조6000억원의 세부 내용은.
▲올해 경영 목표는 매출 59조원, 투자 3조6000억원이다. 투자 면에서는 지난해 2조6000억원보다 1조 가량 늘었다. 투자비는 연구 개발(R&D)과 시설 투자로 나눠 진행한다. 태양전지 증설, 인도 공장 등 해외 법인 생산 능력 확대 등 시설 투자에 2조1000억원, 차세대 이동통신·스마트TV·3D·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1조5000억원 가량을 투자한다.
-앞으로 전자 시장을 전망하면.
▲3∼5년이 대단히 중요하다. 기술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 전쟁’이 일어난다. 스마트폰,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TV까지 앞으로 단순한 하드웨어는 의미가 없어진다. 디바이스 전쟁이 아니라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1∼2년 후에는 스마트TV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휴대폰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금액 면에서 40%를 넘겼다. 200달러 이하까지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는 등 휴대폰 시장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LG는 스마트 시대의 승자가 되는 게 목표다. 이미 준비에 착수했다. 가령 스마트TV와 관련해서는 CTO 직속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콘텐츠와 서비스를 보완하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주춤했다.
▲안드로이드 폰에 집중할 계획이다. 애플에 그나마 대항할 수 있는 건 구글의 안드로이드뿐이다. 사실 애플은 폐쇄형이다. 애플만의 장벽을 만들고 나머지 그룹을 모두 배제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다르다. 개방형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전체 라인업에서 안드로이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LG전자 CEO로 부임한 지 3년이다. 평가를 해 본다면.
▲프로세스 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핵심 프로세스를 정비했으며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인재 영입을 비롯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최고 수준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예상했던 성과가 나왔고 회사 중장기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브랜드와 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놨다.
-올해 조직 개편을 통해 CEO 직속으로 CCR 조직을 만들었는데.
▲커스터머 릴레이션십(CCR) 조직은 신성장동력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LG전자는 소비자(B2C) 사업에 ‘올인’했다. 지난해부터 기업(B2B) 시장 쪽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올해 B2B와 신사업을 크게 확대한다. CCR은 B2B 사업의 대내외 창구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서유럽 등 B2B 전략 국가 중심으로 상업용 에어컨과 디스플레이 영업력을 높인다. 헬스 케어, 신재생 에너지 등 신사업 육성과 적기 투자도 진행한다. 인수 합병(M&A)도 ‘스몰 딜’ 수준에서 고민 중이다.
-글로벌 인재 채용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가.
▲C레벨에 이어 연말 조직 개편에서는 5명의 현지인이 법인장으로 선임됐다. 현지인 법인장은 지난해 임명된 남아공 법인장을 포함해 6명으로 늘었다. 현지인을 고용하는 목적은 하나다.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주요 국가 판매 법인은 현지인 법인장,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물론 마케팅·전략·공급망 관리 분야 등에는 현지 최고 수준의 인재를 뽑아 각 기능별로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대적으로 본사 인력이 법인장이 될 가능성이 줄었다. LG전자 8만2000명 가운데 1200명 정도가 현지 파견 인력인데 이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현지 파견 직원을 비즈니스 리더(RBL)로 키우는 등 대안을 모색 중이다.
-2012년 비전은.
▲매출·수익성 등 재무지표 면에서 각 부문이 사업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글로벌 톱3’ 전자업체로 발돋움했다. 이어 2012년까지 전자업계 ‘브랜드 가치 톱3’로 성장해 간다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이제는 기술 격차로 수익을 내고 명성을 얻는 시대는 지났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 전략이 브랜드 가치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노베이션이 싹틀 수 있는 안팎의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남 부회장은 이 밖에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서는 “세종시 입주와 관련해 요청받은 적이 없으며 갈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시장에서 끊임없이 돌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설에 대해서도 “하이닉스에 관심이 없다는 수준이 아니라 인수를 안 한다고 생각해 달라”며 확실한 선을 그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