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nnovation Leader -현대제철 임종현 이사

 2010년은 현대제철에 큰 의미가 있는 해다. 지난 1월 5일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의 심장인 1고로에 불을 지폈다. 이 날은 포스코가 장기간 독점해온 일관제철 시장이 경쟁구조로 바뀌게 되는 날이자, 고 정주영 회장 때부터 추진해온 현대제철의 33년 숙원사업이 마침내 빛을 본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화입식(고로에 최초로 불을 붙이는 작업)에 참석한 수많은 현대제철 임직원들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임원들은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순간까지도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현대제철의 최고정보책임자 임종현 이사다.

 임 이사는 판매와 생산계획부터 공정계획, 품질관리, 조업, 통계, 출하 등 제철소 운영을 총 망라하는 통합생산물류시스템을 2년 넘게 구축해온 주역이다. 일관제철소 생산물류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역사적인 날에 행여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했다. 물론 지난해 10월 2일 추석연휴 동안 생산물류시스템을 앞서 가동하고 여러 차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어느 정도 자신 있었지만 임 이사는 이날 매 순간 손에 땀을 쥐었다. 다행스럽게도 일관제철소 생산물류시스템은 가동 후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

 일관제철소의 성공적인 운영에 숨은 공로자로 평가받고 있는 임종현 이사. 그는 최근까지도 일관제철 생산물류시스템의 조기 안정화에 집중하기 위해 당진 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본사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당진 공장에서 보냈다. 임 이사는 시스템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곧이어 2고로 구축을 대비한 시스템 확대 구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2고로 준비를 위한 시스템 구축 작업은 현대제철이 향후 2∼3년 동안 추진할 최대 IT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 역시 임종현 이사의 손에 달렸다.

 임종현 이사는 현대제철 입사 후 지금까지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이어 추진했다. 임종현 이사가 현대제철에 입사한 것은 현대제철이 한보철강을 인수한 직후인 2004년이다. 이 때문에 임 이사는 입사하자마자 현대제철과 한보철강의 시스템 통합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앞서 2000년 현대제철이 강원산업을 인수하면서 대규모 시스템 통합 작업이 한차례 추진됐지만 전체 생산물류시스템을 완전히 통합하진 못했다. 한보철강과의 시스템 통합 작업을 통해서야 비로소 전사 통합생산물류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게 됐고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오라클 패키지 기반으로 전사 통합했다.

 이후 바로 일관제철소 생산물류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 일관제철소의 생산관리시스템에 대한 임 이사의 애정은 남다르다. 회사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신규 전략 사업의 핵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포스코 출신이라는 임 이사의 개인적 배경 때문이다. 국내 유일한 일관제철소를 운영해온 포스코에서 대규모 정보시스템을 구축, 운영했던 경험을 이번 프로젝트에 충분히 활용했다. 그 외 제조산업에서 추진했던 다양한 프로젝트의 노하우도 함께 녹였다.

 하지만 IT개발 인력만 2000M/M가 투입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최초로 시도되는 친환경 일관제철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임종현 이사는 “각 공정간에 전달되는 정보의 신뢰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프로젝트 팀원의 관련 부문 경험이나 기술 수준의 검증,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가 프로젝트 성공에 중요한 요건이었다”며 “업무별 전문 개발업체의 설계자나 개발자 구성원의 업무경험, 프로그래밍 능력의 편차가 테스트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임종현 이사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일관제철소의 생산관리시스템을 구축 완료한 만큼 기대하는 바도 크다. 납기달성률을 현재 82.5%에서 95%로 높이고 납기 분석을 통해 납기달성률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그는 주문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리드타임도 현 25일에서 18일로 단축하는 등 경쟁사와 차별화된 프로세스 관리로 제철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종현 이사는 IT부서원들에게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운영, 데이터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IT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보다 더 강조하는 것이 해당 산업에 대한 업무 지식이다.

 임종현 이사는 어느 산업에서든 IT 인력은 해당 산업의 업무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고 혁신을 위해 IT가 선도적인 작업들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 시에도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사업자의 조직구성이나 재무건전성, 지속가능성, 개발자 등 다양하게 고려하지만 철강 산업의 업무 프로젝트 수행 실적과 과거 수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중요시 여기고 있다.

 임 이사가 이끄는 IT부서원들에게도 현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한다. IT부서 역량 강화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 이사는 업무별 시스템 운영 담당자가 해당 현업의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직접 발굴하고 시스템을 사용하는 현업 부서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정도의 현업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 이사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현업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관리를 중시한다”며 “동일한 목적의식과 동료애를 가지고 상호 신뢰와 협력을 통해 일을 추진한다면 어떤 시스템이든 성공적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관제철소란

 △제선 △제강 △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를 말한다. △제선은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커다란 고로에 넣어 액체 상태의 쇳물을 뽑아내는 공정을, △제강은 이렇게 만들어진 쇳물에서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말하며 △압연은 쇳물을 슬래브(커다란 쇠판) 형태로 뽑아낸 후 여기에 높은 압력을 가하는 과정을 뜻한다.

◆임종현 현대제철 이사는

 1985년 전남대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포스코 광양 정보시스템부에 입사해 광양 1기∼4기 정보시스템 구축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1992년 포스데이타로 옮겨와 철강 SI사업부에서 일했으며, 1997년에는 현대정보기술에서 제조 SI사업부를 담당했다. 2002년 오토에버시스템즈에서 철강사업실장으로 지내다 지난 2004년 현대제철에 입사해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