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 -CIO는 최고상상책임자

새해가 되면 한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해보며 많은 계획들을 세우게 된다. CIO 역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혹은 새롭게 진행되어야 할 프로젝트 등에 관해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계획 수립에 앞서 어떤 CIO가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시대의 흐름과 속해 있는 기업의 상황, 그 기업의 성숙도에 따라 CIO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CIO는 최고정보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라는 뜻을 상징해 왔다. 따라서 이런 역할을 맡았을 때의 업무는 IT 투자에 관한 로드맵을 설정하고, 투자에 대한 효과 및 효율성을 계산하고, IT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업에서 정형화시킨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 하는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IT기술과 비즈니스를 접목시키는 시스템관리(SM), 시스템통합(SI) 일을 주로 실행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프로세스의 처리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는 등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IT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CIO는 IT부서의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주 업무로 한다고 하겠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현업이 IT부서에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많은 경우 IT 부서는 비용 지출 부서로 평가 절하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사회가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전환되면서 CIO에게 부여된 또 다른 역할은 최고혁신책임자(Chief Innovation Officer)이다. 이때의 혁신은 비용 절감, 품질 향상, 사용자의 편의성 증대, 개발기간 단축, 고객 만족도 증대 등의 IT 조직으로서의 혁신만을 이야기 하는 것만이 아니다. 변화관리를 통하여 프로세스의 개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하는 방법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기업문화를 바꿈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이런 경우 IT 부서는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 먹는 하마가 아닌, IT가 있어 특정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는 비즈니스 이네이블러(Business Enabl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투자 순위가 밀리지나 않을 까 전전긍긍하는 부서가 아닌 비즈니스에서 새롭거나 부가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부서로 평가 받게 된다. CIO는 기술자들과 기술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보내는 시간 보다 비즈니스 중역들과 예산이나 전략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한다. 또한 CIO는 각 사업부서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꿰고 있기 때문에 IT 부서의 책임자가 아닌 경영층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되며, CIO 역할을 수행하던 인물 중에 CEO가 탄생하기도 한다.

지식사회가 창조·창의 사회로 바뀌어 가는 요즈음에는 더 격심한 경쟁, 더 폭넓은 글로벌 통합, 새로운 가치 사슬의 지속적인 출현 등이 기다리고 있다. CIO는 이런 복잡성에 대한 광범위하게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CIO로 하여금 단순히 IT를 운영하는 역할과 가치를 더해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수요를 이해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IT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나 비즈니스 자체를 창조해야 하거나 적어도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래의 CIO는 최고상상책임자(Chief Imagination Officer)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IT 기술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이해력을 바탕으로 융합된 기술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즈니스를 상상해 내고, 창의적인 의사 결정을 하고, 조직을 만들어 내고, 실행 방법을 창조 함으로써 기업의 신규사업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사업의 창출뿐 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기업자체를 창조적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일에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이런 경우 IT 부서는 비즈니스 이네이블러가 아니라 비즈니스 크리에이터(Business Creator)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CIO들은 시스템을 선정하고, 구현하고, 운영하는 데 들이는 시간보다는 정보와 기술을 통해 비즈니스가 더 많은 이익을 창출 함으로써 전략적으로 성공하도록 만드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세가지 CIO의 역할 중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 지는 앞서 언급한 대로 CIO가 속해 있는 기업의 비즈니스 분야, 비즈니스 환경, 비즈니스의 성숙도, 조직 문화 등에 따라 어떤 역할에 대한 비중이 커지느냐 작아지느냐의 문제이지 그 어느 역할도 포기할 수 없는 역할이라 하겠다.

세가지 역할 중 어떤 역할을 비중 있게 수행하던지 간에 세가지 역할에서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조건은 CIO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 하겠다.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구조가 아닌 수평적인 네크워크 구조의 사회가 심화되면 될수록 더더욱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기업의 조직 내에서도 CXO 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 CIO의 성과창출을 위한 몸부림이 공염불이 되게 된다. 과거에는 실력 있는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제품과 서비스에서의 차별성을 찾기 힘든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는 현재에는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일을 못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지면을 통해서 보고 느끼고 있다.

어떤 기자가 잭 웰치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까?" 잭이 대답했다. "제가 꾼 꿈을 직원들이 비전으로 공유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지요?" 잭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습니까?" 잭이 대답했다. "한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열 번 하지 않으면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한 것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에 익숙해 있는 미국에서 열 번을 이야기 해야 소통할 수 있었다면 대한민국의 CIO들은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할까.

중외정보기술 이동춘 전무 plee@cw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