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사장이 CES 개막 첫날인 7일(현지시각) 소니 전시관에서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과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과 소니의 차세대 LCD 투자, 3D TV 협력 등 다양한 협력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재용 부사장은 소니 전시관에 마련된 이그제큐티브 미팅 룸(Executive meeting room)에서 스트링거 회장과 오후 5시 20분부터 6시까지 약 40분간 별도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만남에 삼성 측에서는 이재용 부사장과 최지성 총괄사장, LCD총괄 장원기 사장까지 총 3명이 참석했고 소니에서는 스트링거 회장과 임원 1명이 배석했다.
이재용 부사장은 스트링거 회장과의 미팅에서 3D 콘텐츠 제휴, 합작사인 에스엘시디(S-LCD)의 향후 협력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양사 모두 이번 CES에서 3D TV를 주력 제품으로 꼽고, 공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3D 시장의 출발점에서부터 경쟁 관계에 있는 두 회사의 대표가 나눈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D 시장에서 승기를 먼저 꽂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수인데, 삼성 측에서 볼 때 소니가 보유하고 있는 게임·영화·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는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3시 소니에서 소비자제품군 총괄인 요시오카 히로시 부사장이 3D TV에서 소니가 삼성보다 우위에 있는 점으로 ‘콘텐츠와의 연계’를 꼽은 상황이어서 이 부문에서 협력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번 만남에서 장원기 LCD총괄 사장이 배석한 점도 새겨볼 부분이다. 장원기 사장은 2004년 이재용 부사장이 주도해 만든 삼성과 소니의 합작회사 에스엘시디(S-LCD)의 출범부터 대표를 맡아 총괄해온 인물이다. S-LCD는 이재용 부사장이 본격적인 경영진으로 합류한 첫 회사고, 성공적인 합작으로 평가받아왔다.
소니는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한 샤프의 10세대 LCD 패널 공장에 일정 지분을 출자키로 함으로써 삼성과 소니의 합작관계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가 S―LCD에서 11세대 패널 생산을 한다는 진전된 논의를 했을지 협력 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이야기를 나눴을 지도 관심사다.
이재용 부사장과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에서 미국 투자회사 앨런앤컴퍼니의 주최로 열리는 국제 비즈니스 회의를 포함해 두 사람은 3번의 만남을 가졌다.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두 기업 수장의 만남인 만큼 두 사람이 나눈 대화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밝힌 바가 없다.
라스베이거스(미국)=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