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가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를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의 ‘대항마’로 밀기로 했다.
교육계는 국산 정품 소프트웨어(SW) 이용 확산에 앞장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학교 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비싼 라이선스 사용료를 요구해 논란이 된 MS의 학교 판권 계약(SA:School Agreement)의 압박용 카드로 해석됐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남·경북·울산·전북·강원 5개 교육청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총 45억원 규모로 ‘아래아한글 2007’ 라이선스를 추가로 구매했거나 기존 ‘아래아한글 2004’의 기능을 향상시켰다. 경북·울산·전북·강원·제주 교육청은 ‘아래아한글’ 외에도 프레젠테이션·표 계산·사전 등을 포함한 ‘한컴 오피스 패키지’ 구매를 검토 중이다.
한컴은 지역 교육청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지난해 오피스 부문 교육청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 업무용 SW 실무위원회 관계자는 “총 9억6000만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기존 ‘아래아한글 2004’를 2007로 기능을 높였다”며 “MS의 SA는 윈도에 오피스도 묶어 파는 정책이라서 SA 예산 별도로 자투리 예산을 활용해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MS의 SA 협상과 별개로 진행하지만 협상 추이에 따라 한컴 오피스 구매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전체 도입 가능 라이선스 중 최고 50%가량으로 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SA 재협상을 두고 MS 압박카드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교육계는 지난해 말 MS의 SA 라이선스가 △OS의 독점적 지배력을 이용해 오피스 제품까지 묶어 판매하며 △MS가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교과부에 등록된 PC 모두에 라이선스 구매를 요구하는 조항이 불공정하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한국MS에 발송한 상태다. 15일까지 답변을 기다릴 방침이다.
업계는 교육계의 국산 SW 구매 움직임이 현재 한국MS와 한컴이 벌이는 차세대 오피스 경쟁의 변수로 떠오를지 주목했다. 지난해 양사는 같은 시기에 베타 서비스를 하며 사전 마케팅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올 상반기 비슷한 시기에 오피스 2010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시·도교육청 업무용 SW 실무위원회를 결성해 공동으로 MS와 협상 중이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