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모습은 단연 파격 그 자체였다. 1년 8개월여만에 나타난 외부 공식 행사에 두 딸과 사위 등 온 가족을 동반했다. 기자들과의 만남에도 거부감이 없었으며 질문에 상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기자의 질문에 화두처럼 한 두마디를 짧게 던졌던 이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삼성전자 경영 승계에 사면까지, 오랜 족쇄를 벗어던진 후련함과 삼성전자의 고공 성장에서 비롯한 자부심 등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또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과 상관없이 앞으로 미래 준비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적극적인 행보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전 회장은 삼성의 신수종 사업 준비에 대해 “아직 멀었다”라면서 ”자신도 연구하고 각사의 R&D팀도 공부를 하는 게 합쳐져 몇년이 걸려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사업 발굴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발언이지만 자신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이 전 회장은 회장 시절에 그룹 사장단 회의 등에서 통찰력에 따른 미래 비전과 방향타 제시의 역할을 해왔다. 자신도 연구하겠다는 이 전 회장의 발언은 후계 경영 구도를 앞으로 더 정착시키겠지만 그 과정에서 미래비전 제시의 역할만큼 당분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이 전회장은 제일 먼저 삼성 전시관을 찾아 최지성 CEO와 윤부근 사장 등의 제품 설명을 경청하며 제품별로 개선할 점을 지적했다. 특히 직접 안경을 쓰고 3D TV를 체험한 후 “(안경다리를 만지며) 안경은 여기가 편해야 한다”고 최 사장에 직접 개선을 지시했다. 이 전 회장은 또 LED TV를 볼 때엔 금속테두리가 어린이 위험에 미칠 영향을 묻기도 했으며, 비즈니스맨이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벽에 쏘는 퍼스널 프로젝터 제품을 보고선 두께를 5분의 1 이하로 더 얇게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적한 것들은 주로 사용자 환경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간 가격과 품질로 쌓은 삼성 브랜드를 한 차원 더 높여 기술과 산업 리더십을 가져가 달라는 주문으로 읽혔다. 가격과 품질만으론 초일류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전 회장은 LED TV 두께와 같은 기술에 대해 “(중국이나 일본의) 경쟁사들도 곧 따라올 것”이라고 말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회장은 소니·파나소닉·샤프·하이얼·LG 등의 전시관을 들러 최신 전자·IT 제품 동향을 살폈다. 이재용 부사장은 “기자들이 많아 다른 매장을 둘러보는 것이 민폐라고 말했으나 이 회장이 ‘아니다. 전부 둘러봐야 하겠다. LG까지 가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 전회장은 3세 경영 승계의 의지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이 전 회장은 취재진이 몰려들자 “두 딸들을 광고해야 겠다”며 딸들을 불러 양측에 대동하고 걸음을 옮기는 등 자녀의 대외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녀들이 일을 잘 배우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전 회장은 “아직은 더 배워야 한다. 내가 손잡고 다니는 것도 아직은 어린애”라고 농담도 했다. 이 회장이 자연스럽게 3세들을 공식 행사에 데뷔시키면서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 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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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9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10 전시장을 관람했다. 지난 2008년 4월 삼성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공식적인 자리 참석은 처음이다. 12시 55분 삼성전자 부스 방문부터 14시 37분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1시간 42분간 이 회장을 따라 그의 발언을 정리했다.
<삼성전자 전시부스>
이 전회장은 “삼성 LED TV의 금속으로 테두리가 돼 있으니 어린이들에게 위험하지 않겠나? 연구원들에게 연구하라”고 발언
윤부근 사장이 뒷 부분을 보여주면서) 둥글게 처리를 했으므로 각이 지거나 다칠 염려는 없다고 답함.
(이 전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 사장의 어깨를 두드림)
최지성 사장이 이 정도로 LED TV의 두께를 얇게 했다고 설명
이 전회장은 “일본이 곧 따라오겠지”라고 밝힘
(e북 매장)
윤부근 사장이 “모니터가 성장한계에 다달라서 e북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네트워크를 연결해서 tv와 연결해서 큰 화면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실제로 글씨를 써보임. 이 전 회장은 고개를 끄덕 끄덕
(휴대폰 매장)
이 전회장 옴니아2 구경
(노트북 매장)
남성우 부사장은 컴퓨터 매장에서 처음 전시됐다고 설명
(프린터매장)
이 전 회장은 “작고 가볍고 성능이 좋아야지 하나라도 빠지면 경쟁력이 삐끗할 수 있다”고 말함
최지성 사장은 “대부분의 코스트가 크기를 줄이는데 든다”라고 답함
(디지털액자)
홍라희 여사 합류.
(퍼스널 프로젝터)
비지니스맨들이 벽에 쏘는 제품을 구경
이 전 회장은 “이것의 두께를 5분의 1 이하로 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함.
<하이얼 부스>
이 전 회장이 뭐라고 얘기하자 최지성 사장이 “계속 한단계씩 앞서 나가겠습니다”고 말함
<파나소닉 부스>
별다른 발언 없음
<샤프 부스>
4가지 색을 갖춘 쿼드픽셀 TV를 둘러봄
<소니 부스>
이 전 회장이 3D TV용 안경을 써본 후 안경다리를 만지며 “안경은 여기가 편해야 한다”라고 말함.
그 후 이 전 회장이 주머니에서 무테 안경을 꺼내 건넨후 “이것과 비교해 보라”고 말함. 최 사장이 한 손에는 그 안경과 3D안경을 들고서 “이번에 안경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함
기자:생신 축하합니다.
이건희 회장:“네 감사합니다.”
기자:생일파티는 하셨나요?
이 회장:아직 안했습니다.
어렵게 나들이를 하셨는데, 국민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이 쇼를 하는 이유가 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비교분석해보라는 취지에서 하는 것입니다. 한국도 그렇고 국제적으로도 그렇고, 기업뿐 아니라 교육 문화 모든 분야에서 항상 국내에서의 자기 위치, 세계에서 자기 위치를 쥐고 가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건 아무도 모를 겁니다. 정말 모를 일입니다. 상상하기 힘들고….”
혹시 IOC 위원과 식사를 하셨나요?
“전 IOC씨 위원이고, 지금은 아닙니다. 전 IOC 위원은 저녁을 같이 먹었습니다.”
앞으로 해외 자주 나가실 계획입니까?
“해외 자주 나와야 되겠죠. 일본의 10개 전자회사 보다 우리가 이익을 더 많이 내는데 얼마나 부담이 되겠는가?”
기업의 부담 말씀하시는 겁니까?
“기업의 부담에 개인의 부담. 직원의 부담 입니다.”
국내 경기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렇게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작년과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딸들 광고해야겠다며 두 딸 손 잡고 입장>
올림픽 유치 열기가 뜨거운데, 향후 계획은?
“솔직하게 아직 계획이 안 섰습니다.”
뜨거운 국민적 여론이 있는데, 국민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뭐 저 개인적으로 꼭 국민, 정부 다 힘을 합쳐서 한 쪽을 보고 열심히 뛰어야죠. 그길 밖에 길이 없죠. 없다고 봅니다.”
해외 일정은?
“이번에는 앞으로 열흘, 그리고 또 한국에 갔다가 다시 와서 2주, 그리고 또 한국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3D 안경을 썼는데, 어떠셨습니까?
“다 거기서 거깁니다.”
경영복귀는 언제쯤?
“아직 멀었어요.”
일본 업체는 소니나 파나소닉을 돌아보시니, 만만치 않을 거다 이야기 하는 사람도 많은데 어떠세요?
“겁은 안나요 나는. 겁은 안나도 신경은 써야죠.”
원래 기초 기술이 강해서 그런 것인가?
“기초에서 디자인에서 우리가 앞섰으니, 한번 앞선 것은 뒤쫓아 오려면 참 힘들어요.”
신수종 사업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이고, 택도 없습니다.(아직 멀었습니까?) 아직, 아직 멀었어요.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이라고, 10년전에 여기 삼성이 지금의 5분의 1의 크기에 구멍 가게 같았는데, 까딱 잘못하면 그렇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삼성도.”
앞으로 중점적으로 육성할 분야는?
“그런 건 나도 모르죠. 하하하! 나도 연구하고 각사에 있는 연구개발(R&D)팀도 공부를 해야죠. 이걸 합쳐서 몇 년이 걸려야….”
여기 있는 자녀분들이 주역인데, 길을 잘 닦아 나가고 있습니까?
“잘 못알아들었습니다.
자식들이 일을 잘 배우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직 배워야죠. 내가 손잡고 다니는 것이 아직 어린애입니다.”
지금까지 화두를 많이 던졌는데, 샌드위치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화두는 무엇입니까?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