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어디까지 떨어지나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올들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한때 1,11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날 환율 하락은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글로벌 달러약세, 조선업체의 잇따른 해외수주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일단 전문가들은 1,100~1,110원이 환율 하락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이상 환율이 떨어질 경우,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 요인 산적…1,100원대 진입도”=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오전 중 1,110원대로 진입했다.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로 진입한 것은 지난 2008년 9월 22일(1,117.00원)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0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해 들어서 지난 주말까지 엿새 동안 34원이나 떨어졌다.

최근 환율이 거침없이 하락하는 것은 국내에 달러가 그만큼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은행(IB) 등 역외세력들은 경상수지 호조 등 한국 경기의 낙관적 전망을 근거로 원화 강세에 베팅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지난 주 외국인이 1조 원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달러를 공급했으며 국내 조선사들도 잇달아 해외 수주에 성공하면서 달러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는 글로벌 달러 향배와 관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 달러화가 약세이든, 강세이든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미 경기지표 호조로 글로벌 달러가 엔화 등에 강세를 보이자 역외 참가자들은 도쿄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거래를 하면서 환율을 끌어내렸다.

미 달러화가 이번에는 미 고용지표 부진으로 약세로 돌아서자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1,100~1,110원 저지선 될듯=전문가들은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50원 선이 무너진 만큼 환율이 더 하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분석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1,150원선이 뚫렸을 때 이미 1,100원대 진입은 예상됐었다“면서 ”현재로서는 어디까지 하락할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환율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본 뒤 비정상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고 판단되면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당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차원에서 조금씩 개입해 지난주에는 약 30억 달러 넘게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과도한 원화 매수세가 나타나면 개입에 나서겠지만 성급하게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외환시장 참가자는 ”경상수지, 대기업 실적, 원화자산에 대한 전망 등에 비춰 현재 환율 흐름이 비정상적인 것인지 가늠해야 한다“며 ”핫머니의 지나친 베팅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판단이 서면 당국이 개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입에 나설 수 있는 심리적 저지선으로는 달러당 1,100~1,110원을 제시했다.

또 다른 외환시장 참가자는 ”어차피 환율이 장중 반등하기는 어려운 추세“라며 ”공연히 힘을 빼기 보다는 추이를 지켜보다가 장 막판에 환율 수준을 좀 더 올려놓는 차원에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은 심리적으로 1,100선을 지키고 싶어할 것 같다“면서 ”다만 달러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커 구두개입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직접적인 개입이 방법이지만 물량을 대거 흡수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 체질개선으로 환율급락 이겨내야“=환율 급락은 회복중인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수가 취약한 상황에서 원화강세는 가격 결정력이 낮은 수출 중소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환율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의 수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만큼 경제 체질개선 등으로 환율하락의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환율의 흐름을 돌릴 수는 없는 것 같다“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현재 환율 하락의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우증권 이효근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기업들이 과거 900원대 환율도 버텨낸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환율 자체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너무 급격한 환율 하락에 대해서는 당국이 속도를 조절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