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데크 승강기 시장 잡아라"

더블데크 승강기를 설치할 예정인 송도 151인천타워와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조감도.
더블데크 승강기를 설치할 예정인 송도 151인천타워와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조감도.

  “국내 최초의 더블데크 승강기 공사를 따내라.”

새해 경기회복으로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 건설이 활기를 띠면서 국내서도 더블데크 승강기 시장이 열리고 있다. 더블데크 승강기는 두 대의 승강기를 위아래로 붙여서 운송효율을 두 배 높인 첨단 승강기종이다. 더블데크 기종은 승하차시에 두 개 층을 동시에 이용하며 초고속 승강기 보다 훨씬 많은 4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높이 800m)와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중국 상하이의 월드파이낸스센터도 더블데크 승강기를 채택해 고객들이 승강기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더블데크 승강기를 채택한 고층빌딩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정도다. 제품 개발과 설치, 운행에 고도의 첨단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티스, 미쓰비시, 티센크루프 등 글로벌 업체만 더블데크 승강기의 시공 경험을 갖고 있다.

국내서 더블데크 승강기 채택이 유력시되는 프로젝트는 인천 송도의 151층 빌딩인 인천타워,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123층)가 거론되고 있다.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에 더블데크 승강기를 설치하면 대당 공사 규모가 약 300억원에 달하며 여타 중저속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 공사까지 독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천타워의 경우 쌍둥이 빌딩이어서 더블데크 승강기를 납품하는 회사는 여타 승강기 공사까지 합쳐 1000억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를 잡을 전망이다. 승강기업계는 최초의 더블데크 승강기 납품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요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의 설계 단계부터 기술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선점 경쟁에 들어갔다.

현대엘리베이터(대표 송진철)는 외국계 회사가 장악해온 초고속시장을 겨냥해 세계 최고수준인 분속 1080m급 승강기(모델명:EL-1080)개발을 완료한데 이어 내달말 분속 600m급의 더블데크 승강기의 고속 운행 테스트에 들어간다.

 오티스(대표 브래들리 벅월터)는 더블데크 승강기 분야에서 앞선 시공 경험을 내세워 프로젝트 수주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대표 배진영)도 새해 초고층 빌딩시장에 운행 효율이 높은 더블데크 승강기와 자체 특허를 지닌 트윈 승강기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박종갑 현대엘리베이터 상무는 “빌딩이 높아질수록 승강기 속도보다는 더블데크처럼 운송효율을 높일 첨단기술이 훨씬 중요해진다”면서 “더블데크 승강기 국산화를 계기로 외국계 업체들과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