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드디어 결실을 맺습니다.”
김태하 스펙트럼통신기술 사장(54)은 7일 일본으로 떠나는 컨테이너선에 고선명(HD)급 가정용 안테나를 실어보내면서 감격에 사로잡혔다.
목소리는 들떠 있었고, 톤은 다소 흥분된 듯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았다. 짧은 순간 일본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 수년간 흘린 땀과 노력이 주마간산처럼 흘렀기 때문이다.
마침내 안테나가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에 상륙한 것이다.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미국 수출은 오래전 이뤄졌으나 일본은 좀처럼 문이 열리지 않았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 왔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도쿄방송전(InterBee)에서 퍼스트림을 만났다. 스펙트럼은 협의를 거쳐 최근 일본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퍼스트림과 가정용 안테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7일 첫 출하를 시작했다. 디지털(D)TV 수신용 안테나와 관련제품을 일본지역에 독점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스펙트럼의 안테나를 이용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는 일본 가구가 생겨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스펙트럼통신기술은 470∼800메가헤르츠(㎒) 주파수의 광대역 가정용 안테나를 비롯해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셋톱박스, 소출력 다채널 TV 중계기를 생산한다.
김 사장은 “그동안 일본 방송 시청용 안테나가 수입되기는 했으나 국산 안테나가 일본으로 수출되는 건 흔치 않았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현재 미국 LA지역과 북유럽에 지상파 DTV용 수신안테나를 수출하고 있다.
스펙트럼이 일본에 수출할 제품은 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가정용 안테나다. 케이블TV, 인터넷(IP)TV 등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않고도 NHK 등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는 “일본의 디지털 방송 전환을 앞두고 적잖은 안테나 수요 발생이 기대된다”며 “이번 계약으로 올해 50만달러 상당의 수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오는 2011년 7월 24일 아날로그 방송을 일시에 종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김태하 사장은 “일본의 디지털방송 전환 원년이 될 2011년에는 안테나뿐만 아니라 셋톱박스, 소출력 다채널 중계기 등 수출품목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펙트럼은 지난 97년 개발한 소출력 다채널 중계기를 국내 지상파 방송사에 공급 중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