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부품업체, 잇따라 공동 연구·사업 개발

  전자분야 세트와 부품 업체가 공동 연구·사업 개발(R&BD)을 통해 원가 절감을 구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트업체가 일부 영역에 한해 제품 설계 단계부터 부품 업체를 참여시켜 필요 이상으로 비싸고 과도한 기능을 가진 부품 채택을 방지하고, 주변 부품과 융합한 원 칩 제품 개발을 통해 원가 절감을 달성하는 전략이다. 협력을 통해 세트업체는 경비 절감을, 부품 업체는 기술력 및 수익성을 확보하는 ‘상생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등 국내 세트 업체들이 일부 부품회사들과 협력을 통해 원가 절감을 시도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부품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세트업체들의 경쟁력도 약화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매 담당자들도 부품 업체의 수익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도 원가 절감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TV 스피커의 노이즈 방지를 위해 65% 효율을 내는 부품이 필요하지만, 시장에는 60%와 80% 효율을 내는 제품만 출시돼 있다. 이 경우 세트업체는 80% 효율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트­부품 업체가 협력을 통해 70% 효율을 내는 부품을 개발하면 세트업체는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부품업체에도 새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또 주변부품 기능까지 커버할 수 있는 부품을 협력업체가 개발하면 적용되는 단품 수량이 줄기 때문에 세트업체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반면 부품업체는 단가는 훨씬 높게 받을 수 있고 수익성도 개선된다.

기존 구매 담당자들은 기계적인 방법으로 단가를 인하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물량이 늘어나고, 수율이 높아지면 으레 분기별로 단가 인하가 진행됐다. 주문도 완제품에서 필요로 하는 요건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면 부품 업체들이 입찰을 통해 물량을 수주받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부품업체간 지나친 가격 경쟁을 야기시켜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고, 인력 및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하지 못해 국내 부품 업체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간 수익성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만·중국 업체의 물량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부품 업체들의 경쟁력이 지나치게 약화되면 세트 업체들도 공급망 관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면서 “세트­부품 업체간 R&BD 협력을 통한 상생 전략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용어설명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란?=

지식이나 기술의 상업적 결과를 위해 연구하는 것으로 그 결과물이 상품 및 서비스 개발과 발전에 사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업 수립 단계부터 성과 활용과 산업화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기획, 실용화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