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재잘거리는 페차쿠차

[미래칼럼] 재잘거리는 페차쿠차

 요즘 전 세계적으로 트위터(twitter) 열풍이 불고 있다. 140자 이내로 자신의 생각이나 근황을 적어 사이버상의 지인들에게 알리는 단문형 미니블로그 서비스다. 트위터에는 ‘새의 지저귐’이라는 뜻이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우리 귀에 즐겁게 들리지만 의미없는 소음이라고 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새들은 구애를 하거나 상대편 새에게 위험을 알려줄 때 짹짹거린다. 즉 지저귐이 외부인에게는 의미 없게 들릴지 몰라도 새들끼리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인 것이다.

 새들의 이러한 지저귐이 또 다른 영역에서 각광받고 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프리젠테이션 하는 방식으로 재잘거림이 뜨고 있는 것이다.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소리를 일본 말로 페차쿠차라고 한다.

 그동안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작품 자체로 보여주곤 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그림 자체로, 건축가는 건축물 자체로, 바이올리니스트는 바이올린 연주 자체로 관객과 소통했다. 또는 예술가들은 자신의 고상한 예술철학을 강의식으로 길고 자세하게 설명해주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슬라이드처럼 빠른 속도로 보여주면서 그에 보조를 맞추어 설명을 빨리 해대는 페차쿠차 방식의 프리젠테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형식은 다음과 같다. 20개의 비주얼을 골라 각 비주얼을 20초씩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면서 말을 한다. 20초 동안 설명을 다 못해도 화면 속의 비주얼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러니까 한 예술가가 전시하고 설명하는 시간은 모두 합쳐서 400초이다. 무슨 일이 었어도 6분40초 안에 끝내야 한다.

 이제 사람들은 길고 지루한 프리젠테이션을 못참는다. 광속 시대에 맞게 빠른 전시 방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페차쿠차 방식은 2003년 영국 출신의 건축가들이 동료들과 작품을 공유하고자 토쿄에서 시작했다. 그후 인기를 얻어 런던, 뉴욕, 서울 등 전 세계 도시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서울 경희궁에서 페차쿠차 나이트 서울 이벤트가 열렸다. 어반파자마(Urban Pajama)가 주최한 포럼으로 건축가, 설치 예술가, 디자이너, 영화감독 등 다양한 직업의 전문가들이 나와서 자신의 프로젝트나 전시회, 예술 행위를 슬라이드로 보여주었다. 트렌드 연구자들의 모임인 서울퓨처스스쿨(SFS)에서도 2010년에 부상할 트렌드를 제시할 때 페차쿠차 프리젠테이션 방식을 채택했다. 이처럼 페차쿠차를 처음 시작한 예술가는 건축가였지만 미술가, 영화인, 패션 디자이너, 대학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 누구든 페차쿠차를 할 수 있다. 광속의 시대와 스토리텔링의 시대, 파티의 시대에 맞는 프리젠테이션 방식이므로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페차쿠차, 트위터 모두 새들의 재잘거림이다. 재잘거린다고 섣불리 흉보지 말라. 재잘거림이 근엄한 연설보다 토크 밸류(talk value), 즉 화제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mjkim89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