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서 강남 회사로 출·퇴근하는 이현무 대리는 매일 왕복 3시간을 광역버스 안에서 허비했다. 일주일에 15시간, 한 달에 꼬박 사흘을 지옥같은 만원 버스에서 시달렸다. 하지만 얼마 전 일산에 원격근무가 가능한 ‘스마트오피스’가 생기면서 하루 3시간을 덤으로 얻은 기분이다. 자전거로 5분 거리인 스마트오피스로 바로 출근하면서 시간에 쫓기는 출근전쟁 대신 새벽 6시 수영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4살 된 딸의 육아문제로 직장을 포기할 뻔한 아내도 스마트오피스 덕택에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동네에서 출·퇴근하는 ‘꿈의 스마트오피스’ 시대가 활짝 열린다.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위원장 이각범)와 행정안전부는 13일 저탄소 녹색성장, 저출산 대책,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 혁신 방안으로 정보기술(IT) 기반의 ‘스마트오피스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오피스는 도심의 회사 대신 집 근처에 IT 기반 원격근문지원시스템으로 회사와 동일한 사무환경을 제공하는 신개념 사무실이다. 출·퇴근 교통량을 크게 줄여줄 뿐 아니라 육아시설까지 갖춰 일하는 여성의 출산율도 높여준다.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올해 경기도, 서울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2곳에 스마트오피스를 시범 구축해 운영키로 했다. 위원회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법·제도를 정비하고 내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22곳에 스마트오피스를 확대·구축할 방침이다. 스마트오피스는 공무원들과 민간이 함께 이용하는 혼합형으로 운영된다.
스마트오피스 확산 재원 140억여원은 국가 정보화 예산과 별도로 지자체 재원(지방도시교통사업특별회계)과 민간투자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원회는 스마트오피스 전국 확산을 통해 현재 4% 수준에 불과한 공공부문 원격근무율을 2015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위원회는 전국 22곳에 스마트오피스가 가동되면 교통량을 줄여 연간 1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 2시간 가량의 출·퇴근 시간을 줄여 자기계발에 활용할 경우 복지혜택은 1인당 23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외에서는 미국이 지난해 원격근무자 비율이 17.4%, 일본은 지난해 15.2%를 넘어섰다. 또 네덜란드는 지난 2007년부터 전 사업체의 49%가 원격근무를 실시 중이다.
박성일 행안부 정보화기획관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어느 나라보다 원격근무를 생활하기 좋은 여건을 갖췄지만, 사회적 인식부족과 법·제도 정비 미비로 오히려 해외보다 뒤진 상황”이라며 “공공무문 원격근무율을 20%로 끌어올리면 육아 문제 등을 가진 공무원 5만4000여명이 혜택을 보는 등 일하는 방식에서 일대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