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닉스 채권단이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당초 보유지분 전량(28.08%)을 특정기업에 매각키로 한 방침을 수정, 매입 의사를 제시한 기업이 우선 지분 15%만 매입해도 경영권을 넘기고 인수자금도 지원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 초기 인수자금은 4조원에서 2조원가량으로 줄게 되며 자금 지원도 받을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13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하이닉스 매각설명회에서 “채권단 보유 지분 전체가 아닌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며 “최저 매각 지분은 15% 정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인수자가 채권단 보유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주주채권금융기관들 간 결의로 인수자금도 제공키로 했다. 채권단은 또 인수 후에도 투자자와 주주채권단이 주주 간 협약을 맺어 지속적으로 자금 지원 등을 위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잔여지분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매각 제한을 두거나 콜-풋옵션을 부여하는 인수 구조도 가능하다고 채권단은 밝혔다.
하이닉스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의 김광전 상무는 “지분 일부매각 시 인수자·채권단 모두 경영권과 보유 잔여지분의 처분 문제를 걱정할 수 있는데 양측 간 주주협약을 체결하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국내기업을 상대로 전략적 투자자(SI)를 우선 찾지만 해외 재무적 투자자(FI)의 진입도 검토 중이다. 김 상무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주는 것이 하이닉스 매각의 기본정신이지만 컨소시엄을 통한 재무적 투자자 진입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기업이 전략적 투자자의 위치를 확보하고 해외 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하이닉스 인수에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아부다비정부의 인수 참여 여부에 대해서 전중규 외환은행 부행장은 “아직 어떤 제안도 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오늘 행사에서 “지금이 하이닉스 인수의 적기”라며 “반도체 시장 내 위상뿐 아니라 시가총액도 국내 14위에 달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라며 하이닉스 세일즈에 열을 올렸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전중규 부행장은 “하이닉스는 어려운 상황일 때도 매년 1조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한 글로벌기업”이라며 하이닉스를 치켜세웠다.
채권단은 이달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는다. 현재까지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채권단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채권단은 인수 관심을 표명한 기업에 대해 1분기 중 예비입찰과 실사를 진행한 뒤 2분기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나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