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인터넷 원숭이들의 세상

[화제의 책] 인터넷 원숭이들의 세상

 ◇인터넷 원숭이들의 세상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이자 문화·미디어·기술을 넘나드는 논객인 앤드루 킨은 웹2.0 시대가 인터넷 아마추어들이 득세하고 숭배받는 세상이라고 정면 고발한다. 건전한 문화 규범과 도덕적 가치를 어지럽히는가 하면, 언론·음악·문학·영화 등 전통 문화 산업의 존립도 위협한다고 샅샅이 해부한다. 이 책의 원제 ‘The Cult of the Amateur:How Today"s Internet is Killing Our Culture’는 당초 저자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마추어가 추앙받는 이른바 ‘아마추어 컬트’ 시대가 어떻게 오늘날 우리 문화를 훼손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보겠다는 의도였다.

 앤드루 킨은 구글·유튜브·위키피디아로 상징되는 ‘아마추어 원숭이’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꼬집는다.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은 요즘 젊은 세대를 지적 절도광으로 바꿔놓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터넷에서 ‘잘라 붙이는(cut-and-paste)’ 기술로 타인의 작품을 짜깁기해놓고도 버젓이 자기 작품이란다. 그에게 웹2.0 시대에 시민 기자들이 쏟아내는 기사는 말 그대로 자신들의 ‘글’ 일 뿐이다.

 앤드루 킨은 결론적으로 웹2.0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신뢰와 진실이라며, 비판을 넘어 진정한 ‘디지털 민주화’의 도구로 삼을 수 있는 해결책도 모색하고자 한다. 그러나 ‘웹2.0이 민주주의의 미명 아래 거짓과 왜곡, 폭력과 절도가 난무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블로그와 미니홈피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죽이고 있다’는 다소 과격한 그의 주장은 수많은 논란을 불러온 게 사실이다. 지난 2007년 출간된 뒤 뉴욕타임스 등 전통 언론 매체는 예상대로 다소 긍정적인 서평을 내놓은 반면에 수많은 블로거들에게는 혹평을 얻었다.

 이런 경험 탓일까. 앤드루 킨은 한국 독자들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직접 연락해 달라며 이메일 주소(ak@ajkeen.com)와 블로그(www.ajkeen.com)를 서문에 담았다. ‘예의’만 갖췄다면 비판적인 의견도 환영하겠단다.

 앤드루 킨 지음, 박행웅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1만45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