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의 핵심 IT 전략은 글로벌 시스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개별 시스템의 최적화에 주력해 왔지만 글로벌 사업이 확대되면서 그에 걸맞은 글로벌 IT통합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현대모비스의 IT 전략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해가 될 전망이다.
황순용 현대모비스 정보기술실 상무는 “오랫동안 사용해 온 다양한 업무시스템들을 통합함으로써 글로벌 차원에서 전사 역량을 총체적으로 강화하는 기반으로 삼을 것”이라며 “해외 시스템을 모두 한국으로 집중화해 기술 수준은 높이되 투자 비용은 낮출 수 있는 글로벌 통합 IT 전략을 올해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일환으로 현대모비스는 최근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새로 수립하고, 한국에서 해외 모든 사업장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IT통합을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관리시스템(MES), AS부품운영시스템(AMOS, Advanced MOBIS Operation System) 등 현대모비스의 핵심 시스템별로 글로벌 표준 프로세스를 적용한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 법인별로 구축 및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IT 통합의 첫 단계는 해외 AMOS 시스템 통합이다. 최근 통합을 마친 인도에 이어 현재 유럽과 중국 지역 통합이 한창진행중이다. 향후 북미, 아시아, 중동 등 시스템도 잇달아 통합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ERP 구현을 목표로 유럽, 북미 등 지역별 ERP 통합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황 상무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국내 고급 인력과 기술을 활용해 정보시스템의 품질을 높이고 해외 사업에 대한 실시간 업무운영 및 상황분석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지구 반대편도 지원할 수 있는 24시간 운영 방안을 마련해 위기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통합의 시너지를 얻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시스템 대응 속도도 높이고 전 세계 정보를 표준화하고 세계 어디에서도 최적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황 상무는 “앞서 AMOS 통합 작업을 완료한 인도의 경우 열악한 인도 현지 기술력을 극복하고 국내 수준의 시스템과 실시간 분석으로 통합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국내에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해 현지 재해 발생시 즉각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등 리스크 관리 역량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IT통합이 최근의 화두라면, 자동차 조립 공정의 PBS(Painted Body Storage) 투입 정보를 즉각 수신해 새시, 콕핏, 범퍼 등을 자동차 조립 공정에 실시간 납품하는 ‘JIS(Just in Sequence)’ 체제를 위한 실시간 시스템 운영은 현대모비스의 영원한 핵심 IT 과제다. 더 나아가 품질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실시간 시스템 운영 수준을 더 높여가겠다는 전략이다. 황 상무는 “모듈 단위 부품의 품질을 현대모비스가 직접 보증하면서 이를 조립 및 납품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조립 단위 품질 보증, 전장검사(ECOS), 해드램프검사기 등을 이용해 실시간 품질문제 발생을 예방하고 품질 정보의 이력관리로 제조물책임(PL)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황 상무는 밖으로 협력업체와의 협력체제 강화를, 안으로는 보안 체제의 강화를 중심에 두고 남다른 힘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에는 협력업체들이 하나의 포털에 접속해 모든 업무를 진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구매포털시스템을 구축했다. 황 상무는 “협력업체들의 시스템 접근 경로를 단일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종합관리시스템도 구축해 협력사 그룹별 구매전략을 수립하고 정확한 정보에 의해 공정히 협력사의 수행도를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2007년부터는 협력업체와의 윈윈(Win Win) 전략을 위한 원가혁신시스템을 구축했다. ‘말’ 뿐인 협력이 아니라, 원가절감을 위해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노력하고 그 효과금액을 협력업체와 나누도록 한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특히 보안 강화는 최고보안책임자(CSO)를 겸직하고 있는 황 상무의 또다른 고민이기도 하다. 2004년도에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되자마자 전사 보안시스템 구축을 기획해 네트워크 분리, IP제어, IPS와 같은 전사 IT보안 체계를 새로 갖췄다. 또 고객정보, 문서 암호화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연구개발(R&D) 부문 씬 클라이언트 도입으로 보안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황 상무는 “올 상반기 이후 현대모비스의 마북리 연구소에서 생성되는 모든 문서와 도면이 암호화돼 중앙 서버에 저장된다”며 “R&D 부문은 회사의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어 모든 위험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씬 클라이언트 시스템 적용을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부문을 제외한 연구소 내 모든 문서에 적용을 완료했으며, 올해 말까지 본사의 핵심사업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복안이다.
보안 뿐 아니라 연구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효율성도 높였다. 약 8개월간의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 프로젝트를 지난해 말 완료하고 본격 가동했다. 제품개발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의 기존 개발 프로세스인 모비스제품개발프로세스(MPDS)를 분석하고 룰도 재정립했다. 황 상무는 “팀과 기능 중심으로 분리돼있던 연구개발 환경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통합 관리될 수 있도록 전환됐다”며 “개발 프로젝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경영혁신실과 협력해 R&D 프로세스의 근본적 혁신을 중점에 두고 추진됐다.
이미 국내 법인 창고 적용을 완료한 창고최적화시스템(WOS)도 17개 해외 법인 창고에 확산할 계획이다. 부품의 출고빈도, 재고등급, 시효성 등을 모니터링해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입구 쪽에, 무거운 제품은 아래 선반에 놓는 등 창고 안에서 부품의 동선과 작업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부품을 옮기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위치를 알 수도 있다. 황 상무는 “WOS 구축이 완료되면 본사에서도 전 세계 창고를 표준화된 물류 동선 정보를 기반으로 한 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황 상무의 모든 IT 전략은 조직의 역량강화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수 백년을 살아야 하는 기업이 남의 IT를 빌려쓰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있는 자체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2004년부터 현대모비스의 IT 전략을 이끌어 온 근간이다. 황 상무는 “기업 고유의 역량을 결집한 정보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IT 조직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가능한 패키지를 지양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국산 패키지를 잘 이용해 같이 성장하고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1년 부장 시절 외산 패키지를 마다하고 국산 화상회의 제품을 도입해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크게 높이려고 발로 뛴 일화는 이미 사내에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그 어렵다는 ‘수요예측’ 시스템을 국내 대학과 협력해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황 상무는 “반드시 내부 역량을 축적해야 지금의 비즈니스를 확대해 더 나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중간 관리자의 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중역 담당자가 직접 프로젝트 진행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책임자들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체 시스템 경쟁력과 활용도 제고를 위해 IT 활용도 평가 체제 강화에도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 IT 시스템의 활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탬플릿을 만들고, 시스템 구축 이후 주기적인 평가와 관리를 통해 IT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황순용 상무는
1982년도에 현대그룹 공채로 입사해 현대차량 원가관리부, 현대정공 전산실 등을 거쳐 1999년도에 현대모비스 정보시스템 부장으로 부임했다. 2004년부터 정보기술실 상무(CIO)로 재직해왔으며, 지난해부터 최고보안책임자(CSO)를 겸직하고 있다. 오랜 정보화 지식과 경력을 인정받아 한국CIO포럼이 주관하는 2009년도 산업별 올해의 CIO상 제조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