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스토리지 시장에 새 바람이 분다.
클라우드 컴퓨팅,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데이터 중복제거 등 신기술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움츠렸던 스토리지 업계는 제품군과 영업망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기회를 향해 다시 달린다. 경기침체로 마이너스 성장의 수렁에 빠졌던 스토리지 시장도 뒷걸음질을 멈춘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국내 외장형 디스크 스토리지시스템 시장 규모는 3414억원으로 지난해 3345억원에 비해 2%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불황으로 인한 IT투자 축소로 16%나 감소했던 지난해의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되찾는 것이다. 아직 4000억원에 달했던 2008년에는 못 미치지만 계속될 것 같던 마이너스 성장을 1년 만에 끝낸다는 점에서 2010년대의 첫 출발은 긍정적이다.
막오른 2010년 스토리지 시장에서 스토리지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가 아니다. 스토리지는 나날이 증가하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할뿐 아니라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일개 하드웨어가 아니라 기업의 정보기술 인프라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스토리지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클라우드 컴퓨팅 바람은 이 같은 스토리지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성하는 한 축인 스토리지는 클라우드 사용자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정보 관리체계를 제공한다. 스토리지는 가상화 기술과 맞물려 클라우드 컴퓨팅의 완성도를 높인다.
SSD 기반 스토리지는 기업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SSD는 기계적인 방식으로 구동하는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달리 플래시메모리 혹은 D램을 탑재해 보다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이미 지난해 농협중앙회, 전북은행, 삼성전자, KTF 등이 SSD를 도입했다. 어느 분야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권의 SSD 채택은 올해 본격적인 확산을 기대하게 한다. SSD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높은 가격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내려가는 추세여서 기업의 도입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중복제거는 IT투자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최근의 기업 고객 사이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데이터 중복제거는 데이터를 백업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요소가 중복 저장되는 것을 차단해 데이터 백업에 필요한 총디스크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기술이다. 가령 기존 백업 환경에서 100테라바이트의 디스크가 필요했던 것을 많게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50테라바이트 이하로 줄이기 때문에 산업군과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스토리지업체 EMC와 넷앱이 데이터 중복제거 전문업체 데이터도메인을 놓고 인수 경쟁을 벌인 것만 봐도 이에 대한 시장과 업계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면서 기업의 스토리지 투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증설, 전자·중공업·자동차업체의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도입 등이 신기술에 기반한 스토리지 수요를 이끌 전망이다.
지방은행, 저축은행과 중소 증권사의 차세대시스템 사업도 2010년 스토리지 시장의 호재다. 이미 이달 들어 대구은행이 차세대시스템사업을 위한 스토리지 공급업체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소호(SOHO) 및 가정용 스토리지 시장을 겨냥한 소형 네트워크스토리지(NAS) 시장도 눈길을 끈다. 대기업뿐 아니라 소규모 기업도 효율적인 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정보관리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NAS의 인기가 높다.
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EMC,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 국내 스토리지 시장의 선두권업체는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중복제거 등 신기술을 화두로 끌어내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HP, 한국IBM, 한국넷앱, 한국후지쯔 등도 조직을 정비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소형 NAS 시장에 초점을 맞춘 한성SMB시스템 등 중소업체의 움직임도 활기차다.
하지만 아직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힘든 현 시장 상황에서 이들 업체가 모두 웃을 수는 없다. 기업 고객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해 최적의 정보관리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시장 경쟁에서 웃을 수 있다. 막오른 2010년 스토리지 대전, 승자와 패자는 1년 뒤 가려진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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