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의무 적용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바지 ‘IFRS 특수’를 겨냥한 업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해 대기업과 주요 은행이 대부분 IFRS를 도입했으나, 중견·중소기업은 아직 절반 가량이 시스템 도입 검토단계여서 늑장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산규모 2000억원 이하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준비 및 분석 단계’가 56.5%로 절반을 넘었다. 준비를 끝낸 기업은 곧바로 시스템 구축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무더기 발주가 잇따를 전망이다.
국내 솔루션 업체들은 이에 따라 2011년까지 5000억원 이상의 IFRS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오라클·SAP 등 글로벌 업체에 맞서 연합전선까지 맺고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ERP 전문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은 국내 금융솔루션 1위 업체인 웹케시(대표 석창규)와 IFRS시장 공동 개척에 합의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계획이다.
권영범 영림원 사장은 “올해 중소기업에서 IFRS 도입이 늘 것으로 보여 웹케시와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기존에 보유한 고객사 중 코스닥 상장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웹케시는 IFRS에 맞춰 ‘K-IFRS for SMEs’ 모듈을 추가로 개발해 하반기에 적용한다.
회계 전문 ERP 업체도 가세했다. 키컴(대표 이윤규)은 지암회계법인, 웅지경영아카데미와 협력해 중소기업시장에 맞는 표준안을 만드는 것은 물론 대상기업을 상대로 한 교육·컨설팅 사업도 벌인다.
한국오라클(대표 유원식)은 IFRS 구축시 패키지 SW가 비용과 편의성 등 투자대비효과(ROI)가 높다는 점을 알려 중견·중소기업 시장을 파고든다.
IT서비스업체들은 계열사 IFRS 적용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올해 대외 영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포스데이타는 올해 포스코특수강과 포스코강판, SNNC, 삼정피엔에이 등 4개 기업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지난해 동화홀딩스에 IFRS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데 이어 중견·중소기업을 공략한다.
IFRS가 글로벌 표준인 만큼 IT서비스·SW업체들은 국내 구축경험과 해외 진출을 전략적으로 연계한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최우형 삼성SDS 금융컨설팅 팀장은 “가격경쟁력은 극복해야 할 숙제지만 국내 IFRS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쌓은 노하우로 중국 등 한국보다 IFRS 적용이 늦은 해외 기업들에 우리 모델을 수출할 수 있다”며 “특히 국산 ERP업체들이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조업 부문 IT서비스 시장이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신규 투자를 자제하려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IFRS 컴플라이언스로 인한 ERP 등 관련 솔루션 추가 도입으로 올해 4조46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9% 가량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한편 2011년부터 IFRS를 적용받는 기업은 지난해 7월 기준 상장 금융회사 63개, 비상장 금융회사 186개사, 유가증권 시장 701개사, 코스닥시장 1016개 등 1900여 업체에 달한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