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 투자합니다.”
자사의 주가 안정을 위해 전문경영인이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상승장에서도 전문경영인의 자사주 취득 공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자사주 취득은 대개 상장사의 주가가 낮을 때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회사가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다. 소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회사나 오너가 직접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직접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어 화제다. 전문경영인이 자기 돈으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회사의 성장성을 간파하고 사비를 들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표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자신감으로 비춰지면서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15일 홍준기 사장이 약 3억원을 들여 850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11월 오너인 윤석금 회장이 지분 1.69%를 깜짝 처분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기억이 있다. 홍준기 사장이 주가 세일즈에 나서며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홍 사장은 “최근 회사의 경영실적이나 향후 성장 모멘텀을 고려할 때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매입을 결정했다”며 “검증된 국내 렌털사업 역량과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인 해외사업, 미래 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수처리사업 등 회사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CEO의 믿음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준기 사장은 2006년 취임 이후 매월 급여의 10%를 자사주에 투자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CJ인터넷의 남궁훈 대표도 최근 사재 10억원을 털어 회사에 투자했다. 지난 8일 공시에 따르면 남궁훈 대표는 자사주 6만9760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 주식이 7만5542주로 늘었다. 남궁훈 대표의 매입 배경도 웅진코웨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남궁 대표는 자사주 매입을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소개하면서 “제일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주주·임직원에게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연말 약 7억원 규모(3900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내내 통신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SK텔레콤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가운데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SK텔레콤은 “주가가 본질가치에 비해 절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대표이사가 직접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며 “주식 가치를 올리겠다는 책임경영 의지와 제2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CEO의 자사주 매입은 자기 회사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이에 편승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며 “실적과 향후 성장성, 신규 사업에 대한 리스크 등을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