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공대학 살리는 대안 되나

 고려대와 KAIST가 세종시 입주를 결정한 가운데 서울대와 대전·충남지역 대학들의 참여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대가 세종시 캠퍼스 조성안을 검토할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데 이어 대전·충남지역 대학들도 세종시에 국립대학 복합 캠퍼스를 조성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협의에 착수했다.

 특히 충남대와 공주교대, 한밭대 등 대전·충남지역 국립 대학들은 충청권을 방문 중인 정운찬 국무총리와 세종시기획단을 만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 이외에 현지 대학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고, 세종시 내에 여러 대학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복합 캠퍼스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대학은 지방 국립대가 가뜩이나 정원 수를 채우기 힘든 상황에서 세종시에 수도권의 주요 대학들이 입주하면 더더욱 설자리가 좁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복합 캠퍼스 추진을 맡고 있는 충남대 관계자는 “참가 대학들과 공동 캠퍼스를 마련해 각종 시설을 공유하고 학점을 교환하는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세종시 입주기업과 연구소 등과 산·학협력을 이뤄낸다면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기획단 관계자도 “이미 복합 캠퍼스와 유사한 스쿨 존(school zone)에 대한 구상은 수정안에 포함돼 있다”면서 “어느 대학이 참여할지 여부는 요청한 대학들과 구체적인 협의를 거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TF를 발족한 서울대는 세종시에 제2 공대 캠퍼스를 짓자는 의견과 차세대 에너지나 녹색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원을 개설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서울대 내부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대를 확대하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과 함께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에 운영 중인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등과도 연구 영역이 겹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태진 서울대 공대 학장은 “우주 융합기술이나 항공, 해양에너지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제2 공대 캠퍼스가 이공계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외에도 기초과학, 융·복합 기술,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 특화된 학과 신설이나 연구를 고려하는 다른 대학들도 세종시가 정부 지원이나 산·학·연 연계에 용이하다는 판단 아래 입주 타당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연·황태호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