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문제는 더 이상 미래에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니다. 현실이다. 최근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이상기후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기후변화의 주범은 온실가스다. 이를 줄이기 위해 세계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선진국들이 앞서 의무적으로 감축토록 하고 있고 개도국에게도 감축 부담을 준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한 발 앞서 지난해 11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를 30% 자발적으로 줄인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가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이다. 또 실현 가능한가라는 의문도 있다. 이에 정부와 기업, 학계 및 연구계, NGO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과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사회(주문정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우선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배경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으면 한다.
◇최흥진(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대응팀장·국장)=배경은 크게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기후변화다. 스턴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GDP의 20%에 달하는 환경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는 수출 주력산업들이 기후변화를 이용한 무역장벽으로 수출에 지장을 받고 있다. 자동차가 대표적 사례다. 2008년 1월부터 프랑스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부여해오고 있다. 세 번째는 성장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LED 등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진만큼 여기에 맞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코펜하겐 회의에서 합의한대로 감축 목표와 실행계획을 이달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부문별 감축정책을 만들어 추진할 계획이다. 생활패턴이나 건물·교통 분야 감축활동도 계속할 것이다. 사실 관심이 가장 많은 건 산업부문인데 부문별로 정밀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사회=연구계나 학계·업계·시민단체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규(한국기후변화·에너지연구소장)=온난화 문제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세계적인 경향과 추세에 따른 것이다.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감축목표 설정할 때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제시한 것이라 믿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감축목표 설정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지난 정부가 국내 지향적이었다면 이번 정부는 대외지향적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아시아를 이끌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개인적인 견해로 들어달라. 감축목표 설정이라는 것은 사실 늦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의미는 있다. 최근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90% 이상의 국민이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아쉬운 건 목표 설정이 과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녹색성장위원회가 감축시나리오를 발표한 후에도 간담회와 공청회를 40회 이상 개최했지만 중소기업 관계자의 참여가 거의 없었다. 대기업도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만 치중돼 있는 경향이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적응하기가 오히려 쉽다. 문제는 자연에 순응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아 한다.
◇김학선(삼성전기 CDS사업부 UC사업팀장·상무)=적극적으로 하는 것에는 찬성이다.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다. 실제 감축하는 사람이 어렵다고 하면 무리한 것이고 충분하다면 방법론을 만들면 된다. 정부 정책에는 누가 줄여야 한다는 대상이 언급되지 않았다. 또 왜 배출전망치에 비해 30%를 줄여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결국 탄소를 절감해야 하는 건 기업과 국민이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돈이 들어간다. 문제는 투자비가 얼마나 들어가는가에 대해 아는 기업이 없다. 투자대비 효과(ROI)를 기업이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온실가스를 절감하려면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 정부·학계·연구소에서 기준점을 제시해줘야 한다.
◇김임배(케이디파워 사장)=기업은 정책과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선택을 잘못하면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영향을 받는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보면 저탄소 녹색성장은 패러다임이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9위다. 선택사양이 아니고 필수다. 케이디파워는 4년 전부터 중전기기에 하이브리드 기능을 접목, 에너지 소비량을 50% 가까이 줄였다. 중국은 전기분야가 10년 가까이 뒤쳐져 있었는데 최근 태양광의 경우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태양광업체인 선텍은 세계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엄청나다. 신재생에너지로는 이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종남(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감축목표 발표는 국내외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물론 한국이 의무국은 아니지만 경제력이나 배출량·감축능력을 고려해보면 한국이 개도국 지위지만 국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맞다. OECD 국가 중 가입할 때 한국이 선도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하고 더 늦추지 않은 건 잘한 일이다. 목표설정 과정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 물론 많은 과정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좀더 많은 공론화와 사회화 과정이 필요했다. 게다가 사실상 정부가 선별해서 만났다. 제한된 부문과 인원·절차를 통제하면서 진행했다고 본다. 목표 자체가 느슨했기 때문에 초과 달성할 필요가 있다.
◇사회=코펜하겐회의 이후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무역규제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노력과 대응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또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김학선 상무=삼성전기는 이미 녹색경영 최우수 기업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녹색경영을 발표해 진행하고 있다. 기업이 녹색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담당자를 선정해야 한다. 또 탄소발생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기업의 탄소중립 포지션이 어디인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연도별로 얼마를 투자하면 달성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총괄하는 팀도 만들어 전사적으로 노력하면 경험상 30% 정도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에너지를 자동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하면 에너지 줄일 수 있다. 국민들한테 탄소저감을 인식시키는 것보다 자동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공격적인 대응이다.
◇김임배 사장=기업이 적응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어떻게 적응해야 하느냐는 과제만 남아있다. 케이디파워는 담배도 피우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로 올해부터 금연을 의무화했다. 기업 활동을 하면서 감축한 탄소량을 전광판으로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 매월 탄소 절감을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온실가스 50톤을 줄였다.
◇사회=하지만 문제는 국제적 수준의 측정·보고·검증(MRV)체계가 미흡한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자발적 감축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인데요.
◇최흥진 국장=코펜하겐 회의 중 주요 의제 중 하나가 MRV였다. 우리도 인식하고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에도 검증 부분이 들어있다. 기업별로 얼마 나오는지부터가 출발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계획안을 만들고 있다. 걱정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배기가스 자동연속측정장치(TMS)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명규 소장=감축량을 인증받는 것은 국가별 수준에 따라 다르다. 시한이 있어 국제 인증 받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개도국들도 감축량을 제시하면 선진국이 검증해서 인증해주겠다고 한다.
◇윤순진 교수=우리나라는 개도국 레지스트리를 제안한 나라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기 나름의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있지만 우리는 유엔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 나온 배출계수를 사용한다. 검증기관이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잘 구축돼있다.
◇사회=그럼 우리나라가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가야할 길과 선결과제에 대해 말해달다.
◇김학선 상무=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분야는 모터다. 냉장고나 에어컨·자동차 모두 모터가 사용된다. 다음은 가축이고 세번째가 조명이다. 탄소를 줄이려면 작은 것보다는 큰 것에 집중해야 한다. 개발하는 입장에서보면 이 둘만 잘 관리해도 30% 줄이는 것은 충분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모터가 전부 고정형인데 가변형으로만 바꿔도 감축목표 달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다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모터 교체할 때를 활용하면 된다. 2020년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 측면에서 보면 조명인데 일반 가정의 경우 조명이 전력사용량의 53%를 차지한다. 이걸 LED와 자동제어로 바꾸면 18.9% 줄어든다.
◇김임배 사장=누군가 모범이 돼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한다. 상급기관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열기가 뜨겁지만 지방으로 가면 예산없다고 난색이다. 예산이 더 필요하다.
◇김학선 상무 =문제는 정부정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LED 조명 교체 시 정부 지원금이 없다. 게다가 고효율 인증 받는 기간만 1년 걸린다. 미국의 경우 인증받는데 3개월이면 충분하다. 인증도 LED만 해준다. 온실가스 저감 기술의 경우는 개발 위주로 가야한다. 당장 실현 가능한 것부터 기업이 중심이 돼 시행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7월이면 스마트그리드 표준이 나온다. 이건 관련 제품이 나온다는 얘기다. 우리는 IT기술이 미국보다 뛰어나지만 이제서야 연구단을 만들고 있다. 정책방향과 수단이 맞아야 한다. 물론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병행돼야 한다.
◇김종남 사무총장=정부가 제도도 만들고 돈도 줘야 한다는 말인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이렇게 풀어서도 안된다. 정부가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는 건 맞다. 실제 감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기업들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주는 것에도 찬성이다. 더 중요한 건 산업과 사회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어떤 에너지원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조명과 모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명규 소장=올해는 주요 20개국 정상회담(G20)이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기후변화와 에너지효율, 금융개혁이 주요 의제다.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온실가스의 85%는 에너지 사용에서 비롯된다.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신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 유럽은 화석연료의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 그래서 바이오 연료를 쓰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바이오 연료가 더 비싸다. 신재생에너지의 연구개발 지원도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과거 벤처와 유사한 면이 있다. 정부 지원 없이는 벤처가 발전하기 어렵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사용토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
◇윤순진 교수=국민들에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가격구조가 바뀌고 탄소세가 반영돼야 한다. 행동이 변하려면 가격인상이 가장 효과적이다. 온실가스 문제에 대해 인식하지 않아도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가격과 세금체계를 바꿔야 한다. 사실 원자력을 이렇게 많이 지으면 전기를 아낄 필요가 없다. 원자력 늘리면 신재생에너지가 의미 없어진다. 제한된 예산을 원자력에 쏟아붓고 나면 정작 써야 할 데 못 쓰는 경우가 생긴다. 전력소비자가 부담하는 전력기반기금을 가져다 쓰면서 당사자인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는지 의문스럽다.
◇최흥진 국장=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필요한 건 3가지다. 우선 적당한 수준의 규제다. 다음은 이를 위한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기술이 적용된 시장과 인센티브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누구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같이 가야 한다. 일상이든 산업활동이든 각 주체가 영역에서 맞게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리=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