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보기술(IT) 서비스 대기업의 공공 시장 진출을 대폭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 대신 해외 수출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에서 소프트웨어(SW)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강조하며 “공공 부문 입찰제를 바꿔 대기업은 해외로 나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IT인프라는 세계 최고인데 SW 산업은 꼴찌”라며 “공공분야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쫓아내고, 중소 SW 회사는 대기업 전산실 노릇이나 한다”고 비판했다.
최 장관은 이어 “이제 대기업은 해외로 나가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할 때가 됐다”며 “공공 부문 입찰제를 바꿔 대기업은 해외로 나가게 하고 생태계를 전면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장관의 발언은 지난해 공공부문 발주 가운데 40% 이상을 3대 IT서비스 업체가 독식하는 등 대기업 위주로 재편돼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감사원 조사에서 대기업이 시장을 싹쓸이하면서 중소기업이 원도급액의 39% 수준에 불공정 하도급까지 횡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장관이 직접 이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공공부문 입찰 제도의 개선 작업도 급류를 탈 전망이다. 지경부는 사업평가 시 전문성을 갖춘 중소기업에 기술평가 부문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참여 문턱을 높이는 대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문호를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이보다 더한 대기업 규제도 배제할 수 없다.
최 장관은 “(국내 참여를 제한하는) 대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함께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범부처 수출지원 협의체 가동과 선진국·개도국 맞춤형 해외진출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겠다”고 언급했다.
최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중소 SW 업계와 IT 서비스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중소 SW 업체 한 사장은 “왜곡된 국내 SW 산업계 현주소를 제대로 지적한 발언”이라며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전문 SW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IT서비스 업계는 공공부문 입찰 제한이 공정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을 통한 프로젝트 수행 등 현실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판단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IT서비스 고위 관계자는 “IT 서비스 대기업은 중소 SW 컨소시엄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중소기업의 문호는 넓혀도 공공 사업의 안정성 및 리스크 관리를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IT 서비스 대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전제 조건인 레퍼런스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최 장관은 이날 산업 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 제고를 위해 오는 6월까지 유망 융합 아이템 발굴, 융합 기술 연구개발(R&D) 개편, 전문인력 양성 등을 골자로 한 융합 신산업 창출 종합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최 장관은 전략시장으로 G20을 주목할 것을 업계에 당부하며, “G20 시장 선점을 위해 원가절감형 R&D 본격화, 대대적인 생산성 향상, 미들 제품의 중소기업 현지생산 거점구축 지원 등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준배·김원배기자 joon@etnews.co.kr
최경환 장관 "해외 수익 창출 적극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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