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줌 인-조환익 KOTRA 사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19024527_708532610_b.jpg)
“그린의 세계화가 필요합니다. 바로 그린터내셔널라이즈죠.”
조환익 KOTRA 사장이 말하는 올해의 경영화두는 바로 그린터내셔널라이즈(Grinternationalize)다. 그린과 인터내셔널라이즈를 조합한 단어인데 조 사장이 국내 그린산업의 세계화를 뜻하는 의미로 직접 만들었다.
“국내 시장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해외로 진출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녹색성장은 중소기업의 역할입니다. 중소기업이 글로벌화해야 하는 이유죠.”
한 달에 3∼4번은 해외 출장을 다니며 내린 결론이다. 새해에 환갑을 맞은 그에겐 체력적으로도 부담이지만 과거 공직에 적을 두고 있을 때부터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선방한 것은 대기업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나서야 합니다. 그린 분야는 더욱 그렇죠.”
조 사장은 그린 분야처럼 특성화되고 융복합적인 기술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상황에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이 더 탄탄하다. 일본의 불황을 이겨낸 것도 바로 중소기업의 힘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KOTRA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가 바로 조 사장의 고민인 것이다.
“KOTRA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2009년을 녹색산업 해외진출 지원의 원년으로 삼았습니다. 우선 인프라 구축을 위해 그린통상지원처를 신설하고 녹색산업 해외 마케팅 사업을 총괄 수행하도록 했죠.”
대표적인 사업이 ‘그린허브코리아(Green Hub Korea)’다. 녹색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포럼으로 해외 청정개발체제(CDM) 프로젝트 상담회를 통해 353개 프로젝트, 158억달러의 상담성과를 거뒀다.
특히 그간 국내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해외 CDM 프로젝트의 수주를 돕기 위해 해외 전략지역에 있는 40여개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옛 해외무역관)를 가동했다. 이를 통해 100여건의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었고 국내 기업이 더 이상 불필요하게 해외출장을 가지 않아도 되도록 지원했다.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지원 인프라를 강화하는 한편 녹색산업을 수출하는 데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최근 온실가스 저감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원자력발전이나 태양광·풍력 등의 해외 수주 지원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조 사장은 이를 위해 동남아·중남미 등 10여개 거점 KBC를 녹색수출거점으로 지정하고 녹색산업 마케팅 전문가를 배치했다. KBC를 국가 녹색산업 수출지원 전담기관으로 발돋움 시켰다.
또 녹색산업 수출 활성화를 위해 올해에도 그린허브코리아를 개최하고 뮌헨 국제태양에너지박람회 등 국내외 유망 전시상담회에 국내 기업들의 참가를 늘리기로 했다.
“베스타스나 GE윈드 등 국제적 기업들과 국내 부품기업들을 이어주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를 계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해외 원전 프로젝트 수주지원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KOTRA가 현지 KBC를 통해 UAE 원전을 수주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새해에도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산업이 활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본사 조직을 강화하고 전략 국가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등 좀 더 체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대응이다. 조 사장은 선진국들이 최근 들어 글로벌 녹색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관련 산업의 대응 수준은 아직 미약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술수준이 선진국 대비 약 50∼85%선에 그치고 있고 수입의존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녹색산업을 수출 동력으로 중점 육성하기 위해서는 개도국과의 경제개발 협력사업을 전략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게 조 사장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공적개발원조(ODA) 같은 경우를 보면 경제적 차원에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전략 부족으로 원조의 효과성이 낮았습니다. 이에 한국형 ODA를 조속히 구축해 개도국에 녹색성장 경험을 전수하는 한편 녹색산업에 있어서 ODA 비중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조 사장은 이와 함께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협조 융자를 확대하고 국제 금융기구에 탄소펀드 출자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여기서 확보한 자금으로 세계 녹색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강화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KOTRA는 올해 역점 사업으로 경제발전경험공유(KSP) 사업 등 관련 ODA사업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의 ODA기금을 활용하기 위한 국제 협력사업에도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 녹색 프로젝트에 진출하는 데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이낸싱 부분도 숨통을 틔워 줄 방침입니다.”
조 사장은 정부에서 탄소펀드를 조성하고 해외 CDM사업에 대한 보증지원제도를 강구있지만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KOTRA에서도 지난 해 아시아개발은행(ADB)·미주개발은행(IDB) 등 국제금융기관과의 협력사업을 통해 중남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 녹색산업의 실질적인 국제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린허브코리아·바이코리아 등의 지원프로그램을 정례화해 명품화 한다는 구상이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처럼 그린과 관련된 한 해 트렌드를 읽어볼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토록 한다는 것이다. 양적인 것보다는 질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과 더불어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연계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5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2010 아시아무역진흥포럼(ATPF) 연차회의에서 아시아 교역 활성화를 위해 각 기관과의 협력 사업을 개발하고 공동전시회·아시아 그린포럼·아시아 프로젝트 플라자 등 협력 사업을 병행 개최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이번 행사를 G20 정상회의의 사전행사로 포함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G20 내에서도 아시아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고 아시아 내에서 우리나라의 리더십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G20 기간 중 ‘2010 G20 글로벌 투자 포럼(Global Investment Forum)’을 개최해 G20 국가간 투자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박람회를 열 예정이다. 여기에 CNN·CNBC 등 해외 방송매체를 초청할 생각이라고 한다. G20 정상회의 개최로 촉발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비즈니스 기회와 성장 잠재력을 부각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KOTRA가 창립한 지도 어느 덧 반세기 가까이 흘렀습니다. 지난 50년간 KOTRA는 국가 경제성장 견인 및 수출입국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의 50년을 위해서는 전략이나 시스템 등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 사장은 이를 위해 ‘G-LEAD 2020’이라는 전략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G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KOTRA의 비전을 상징하며 2020년을 목표로 하는 장기적인 생존전략이다. LEAD는 도약하는(Leap) KOTRA, 효율적인(Efficiency) KOTRA, 창출하는(Achievemnet) KOTRA, 개척하는(Developper) KOTRA를 뜻한다.
“이제 KOTRA는 그동안 핵심역할로 여겨졌던 거래 주선자 역할을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 개척자로 나설 것입니다. 상품 수출이라는 제한된 기능에서 벗어나 연구개발·물류 등 기업의 모든 가치사슬을 글로벌화 하는 데 적극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에 앞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 녹색산업의 정답은 바로 세계화입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조환익 사장은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환익 사장은 60년만에 돌아온다는 백호띠다. 사주에 호랑이 셋에 닭 한마리가 들어있어 늘 배가 고픈 형국이라 하지만, 주위에선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파이어니어의 운을 타고 났다고 분석한다. 중앙고 시절 장래희망이 문인이었을 정도로 글 솜씨도 수준급이다. 전국 백일장 입상은 물론 1969년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시절엔 3선 개헌 반대 선언문을 쓸 정도였다.
1973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과 동시에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하면서 공직의 길을 걸었다. 상공부 통상총괄과 사무관으로 근무할 때 선배들보다 먼저 승진할 수 없다며 고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금진호 차관이 조 사장이 두 번에 걸쳐 과장 같은 이유로 거절하자, 금 차관이 “인사는 내가하지 자네가 하나. 앞으로 승진은 꿈도 꾸지 말라”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건 2001년 산자부 차관보 시절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물러난 일이다. 후배를 위한 아름다운 용퇴로까지 미화됐었다. 이러한 점들이 인정받아 2004년엔 산업자원부 1차관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이후 수출보험공사 사장까지 지냈다. 음수사원 (飮水思源), 무슨 일을 하든지 반드시 그 근본을 생각하라는 그의 좌우명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올해 사업계획은
KOTRA는 올 해 사업방향을 세가지로 정했다. 우선 수출과 투자를 통해 우리 경제를 위기상황으로부터 확실하게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수출이 처음으로 세계 9위, 세계 시장점유율 3%를 달성하긴 했지만 실적은 오히려 전년대비 두 자릿수가 감소한 상황이다. 수출을 본궤도로 올려놓는 것이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3월에 전세계의 유력 바이어들을 초청, ‘바이코리아 2010(Buy Korea 2010)’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초부터 대형 수출상담회를 하는 것은 수출 분위기를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다음으로는 올해를 위기 이후의 시장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해로 정한 것이다. 4대 역점 분야로 중국 내수시장·지식서비스·정부조달·부품소재 해외마케팅을 선정했다.
먼저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변한만큼 올 한해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KOTRA의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의 성·시별로 세부적인 전략을 수립, 국내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를 발족, 중국시장진출의 사령탑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형유통망상담회,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와 협력해 온라인 한국상품전을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식서비스 산업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특히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 300개사를 초청, ‘코리아 미디어 & 콘텐츠 마켓’ 행사를 6월에 개최할 예정이며 프랜차이즈, 의료사업의 해외 마케팅을 강화, 토종 브랜드 1호점을 개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업종인 부품소재산업 해외마케팅을 위해 도요타,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과 공동 R&D, 투자 등 다중협력을 주선하는 사업 계획도 구상 중이다. 이는 공동 R&D, 공동 투자를 통해 생산된 부품을 글로벌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