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2년. 달 남극의 지구인 정착기지가 위험에 빠졌다. 유성 충돌로 생명 유지 시스템이 손상됐다. 당신은 로봇 전문가나 엔지니어, 우주 지질학자, 의료진이 되어 위험에 빠진 달 정착 기지를 구해야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올해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인 기능성게임 ’우주비행사: 달과 화성을 넘어’(Astronaut: Moon, Mars & Beyond)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달 기지 알파’(Moon Base Alpha)의 핵심 임무다. 이 게임은 우주 탐사를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우주 탐사에 필요한 각종 수학 및 과학, 공학 지식 등을 접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과학과 공학, 수학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리란 기대다.
NASA는 이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달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대거 적용했다. 달의 실제 계곡이나 웅덩이 등을 3D 그래픽 기술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군사용 기능성게임의 대표적 성공 사례인 ‘아메리카즈 아미’를 개발한 버추얼 히어로즈와 캐나다의 가상현실 교육 솔루션 업체인 프로젝트 화이트, 인텔 등이 참여했다. 노스다코다대학 우주항공대학원과 제휴해 게임과 교육 과정을 연계했다. 초중등 교사들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게임 미션도 넣을 예정이다.
‘우주비행사’ 게임은 관련 기관과 기업, 개발사, 학계의 긴밀한 협력 모델이 주목된다. 더욱 재미있고 현실적인 기능성게임을 만들기 위해 발주 기관과 관련 전문가 집단, 대학, 개발사 등이 힘을 합쳤다. 제리 헤네건 버추얼 히어로즈 CEO는 “기능성게임은 교육·훈련과 동기 유발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자 과학"이라며 “게이머와의 접점은 재미 중심이지만, 과학·수학·로봇 등을 골고루 알아야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NASA 역시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자체 데이터를 적극 공개하는 등의 적극성을 보인 점이 눈길을 끈다. 지속적 투자 의지도 필수이다.
보고서는 부처와 학제, 산업을 넘는 협력 외에도 비영리 기관의 적극적 활용과 커뮤니티 및 지역 산업 클러스터 육성 등을 기능성게임 육성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사회적 아젠다나 기업의 필요성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획에 들어가야 하는 기능성게임의 특성상,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비영리기구나 전문 단체와의 연계가 효율적이란 지적이다. 게임은 물론, 3D·시뮬레이션·교육학 등 관련 연구소나 기관들이 수시로 교류할 수 있는 전문 커뮤니티나 클러스터 육성도 필요하다. 영국 코벤트리대학을 중심으로 한 기능성게임연구소(SGI)나 국제적 기능성게임 커뮤니티 ‘게임즈 포 체인지’ 등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