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공급 부족 우려로 비수기인 1분기에 선금을 지불하고 물량 확보에 나선 사례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킹스톤테크놀로지가 최근 하이닉스에 선수금 성격으로 1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1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킹스톤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바탕으로 메모리 모듈, USB메모리,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 등과 같은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메모리가 없으면 상품 자체를 만들어 팔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 물량 확보 차원에서 이번에 적지 않은 금액을 선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결제는 업계에선 드문 일은 아니다. 낸드 플래시 시장의 ‘빅바이어’인 애플은 수급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삼성전자·도시바 등 대형 제조 업체들과 거액의 선수금을 주고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7월 애플은 도시바에 무려 5억달러를 미리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 그리고 반도체 사이클이 상승세에 진입하는 현 시점에서 선결제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메모리가 PC 수요 회복, 스마트폰 인기 등에 힘입어 공급 부족이 예상되면서 제조 업체들이 선금을 지불해서라도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메모리 업체 관계자는 “구체적인 회사와 금액은 계약 문제로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최근 선결제를 한 기업들이 몇몇 있다”며 “메모리 시장이 연간 전체로 보면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돼 업체들이 선지급을 하는 것 같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