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2.0시대] <1부>`코리아 신화`를 만들자 (1)새로운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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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애플리케이션 SW산업 성장 밑거름 

글로벌 정보기술(IT) 환경은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그 변화의 물결은 너무나 도도해서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그 변화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모바일의 확산이다. 이미 30억명 이상이 모바일 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60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유선 인터넷 사용자가 20억명인 것을 감안하면 모바일 확산 속도는 놀랍다. 이렇게 널리 보급된 모바일 전화가 삶의 형태를 바꾸어 가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가 곧 IT산업 분야에서 가장 큰 영역이 될 것이다.

 둘째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의 활성화다. SW는 전자제품, 자동차, 비행기 등의 모든 제품에 내재돼 제품을 똑똑하게 만든다. 이제 SW가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고 SW 기술 및 관리 능력은 제조업의 경쟁력 그 자체가 됐다. 이미 여러 산업의 상품개발에서 SW의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셋째는 IT산업의 서비스화다. 전화기 회사가 단순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음악, 게임, 지도 등의 콘텐츠도 공급하고 자동차 회사는 생산뿐만이 아니라 수송 관련 종합서비스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전자책 킨들과 아이폰처럼 콘텐츠와 서비스가 하드웨어의 판매를 이끌고 있다. SW도 단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만큼 비용을 지급하는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넷째는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SW 오픈마켓의 활성화다. 개발자가 응응 SW, 즉 앱을 매장에 올리면 사용자가 선택해 앱을 내려받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SW를 직접 판매하는 채널이 제공된다. 이런 오픈마켓 체제는 풍부한 앱 때문에 더욱 많은 고객이 그 장비를 구입하고, 구매자가 많기 때문에 더욱 많은 개발자가 개발에 참여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된다.

 글로벌 IT 환경의 변화는 우리나라 SW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SW 산업계가 모바일 SW에 커다란 기대를 거는 것은 그 시장이 크고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일반적인 이유 이외에도 우리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모바일폰 생산량에서 30% 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세계 2위의 강국이다. 우리나라 전자회사들은 첨단 기능과 최고의 능력을 갖는 장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래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생활화했던 IT 강국이다. 많은 소비자가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에 익숙해 있다. 통신회사의 보수적 운영으로 모바일 환경은 뒤처졌지만 소비 고객의 수준은 세계 최고다. 더구나 모바일 앱의 큰 축을 형성하는 게임, 특히 온라인 게임의 강국이다. 이에 더해 2000년 IT벤처 붐을 경험했던 많은 개발자, 창업자들이 아직도 건재한다. 이들의 창업 의욕을 다시 불 지핀다면 성공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SW 생태계는 열악하지만 위치기반 등 모바일 기술을 적용할 응용영역은 충분하다. 교육, 의료정보 및 건강관리, 전자정부, 첨단 교통시스템, 자동차 및 선박 제조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 있는 모바일 응용 SW를 만들 수 있다. 오픈마켓을 통해 사용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체제는 지식재산권 의식이 낮은 우리 시장에서도 작동 가능하다. 또, 모바일 SW 개발은 창의력과 순발력이 중요한 분야여서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속성에 잘 맞는다.

 오픈마켓에 대응해 국내 앱개발자들은 아직도 초기라서 대부분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앱스토어는 성공한 대부분 상품이 회사의 조직적인 기획과 투자 결과다. 개인 개발자들의 나홀로 개발체제로는 장기간의 연구와 개발이 소요되는 모듈이나 대형상품은 개발할 수 없다. 개발자들이 모여서 같이 개발하고, 토론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앱센터를 전국의 대학, 지방자치 정부 청사 등에 설립해야 한다. 정부는 앱센터 지원 본부를 통해 개인 개발자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돕고, 대학 등에서 개발된 SW 모듈과 콘텐츠를 거래하는 재사용 장터를 개설해야 한다. 또 앱센터를 통해 개발자 교육훈련, 창업지원, 연구개발 등을 조직적으로 지원하자. 글로벌 IT 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국운 융성의 기회다. 모바일 SW 개발로 SW 생태계 살리고, SW 산업의 성장을 기대해 본다.

◆IT강국 체면 구긴 `마이너` 2.0시대를 도약의 기회로

 “산업화엔 뒤졌지만, 정보화엔 앞서가자.”

 10여년 전 IMF 경제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날 즈음, 대한민국은 이 구호에 심장이 뛰었다. ‘정보화’라는 신(新)패러다임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정부든, 기업이든 “정보화엔 앞서가자”를 주문처럼 되뇌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정보통신(IT) 강국’이라는 꿈을 보기 좋게 이뤄냈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는 글로벌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가장 혁신적인 전자정부를 배우려는 해외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디지털 시대의 코리아 역전 드라마는 곳곳에서 일어났다.

 브라운관 TV에서 일본 소니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LCD TV에서 소니의 어깨를 밟고 일어섰다. LG전자는 ‘TV 종가’로 불리는 미국 제니스를 전격 인수했다. 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 쟁쟁한 휴대폰 업체도 삼성·LG에 줄줄이 추월당했다.

 비단 제조업뿐만 아니었다. PC 패키지 게임시장의 마이너였던 한국은 온라인게임 최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온라인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역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가 됐다. 신화같은 일들은 불과 10년도 안 된 기간에 이뤄졌다.

 비법은 단순했다. 디지털 혁명이 가져올 세계 경제의 변화를 직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변화의 길목을 지키고 서서 달려오는 변화를 잽싸게 낚아챘다.

 하지만 ‘IT 강국’ 한국에도 여전히 마이너인 분야가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SW)다. 눈에 띄는 하드웨어와 인프라에 먼저 관심을 쏟다 보니 SW는 여전히 후발주자로 남아 있다. 미국·유럽 등 서구에서는 IT 하면 SW를 먼저 떠올린다. 이 때문에 SW산업에서 뒤진 한국의 IT산업을 ‘반쪽짜리’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글로벌 SW시장에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HP·IBM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저마다 구축한 시장은 철옹성에 버금갔다.

 그러나 천년 만년 이어질 것 같던 ‘SW시장의 군웅할거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산업화가 정보화에 밀렸듯이 SW시장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산업 간 융합’이라는 거대 담론이 자리잡고 있다. 운용체계(OS)·데이터관리솔루션(DBMS) 등 순수 SW시장이 이제 성숙기에 접어든 것도 한몫하고 있다.

 SW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스마트폰이다. 단순한 휴대폰에 인공지능·OS·터치스크린 등 각종 임베디드(융합) SW가 탑재되면서 가격은 2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훌쩍 뛰었다. 그래도 아이폰·옴니아 등 유명한 스마트폰은 불티나게 팔린다. 자동차·조선·가전 등도 마찬가지다. 임베디드 SW는 마치 도깨비 방망이마냥 전통산업의 부가가치를 바로 두 배, 세 배씩 부풀려준다.

 글로벌 SW시장 생태계도 급변하고 있다. 세계 임베디드 SW시장 규모는 벌써 1842억달러(약 200조원)에 이른다. 전통 SW시장을 추월할 날도 머지않았다. 정보화가 산업화를 대체했듯이 융합 SW가 전통 SW를 밀어내는 이른바 ‘SW 2.0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SW 2.0 시대에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정보화 시대 경쟁처럼 누가 먼저 변화를 읽고,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지의 싸움이다.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는 2.0시대 ‘신강자’가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에서는 전통의 강호 MS보다 구글·애플·RIM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드웨어 업체에 가까웠던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신SW 비즈니스 모델로 단번에 SW시장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SW시장의 영원한 마이너였던 한국에도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왔다. TV·휴대폰·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리로서는 ‘융합 SW’을 키울 텃밭이 그 어느 나라보다 좋다. 삼성·LG·현대 등 세계 최고의 ‘융합 SW’를 구매할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즐비해 있다. 이미 한국은 온라인게임을 통해 SW분야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UN 전자정부 평가에서는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창의력이 풍부한 인재에서 승부가 갈리는 SW 시장의 특성상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초반 융합 SW시장 판세에서도 한국은 다소 뒤져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임베디드 SW시장에서 시스템 SW분야의 국산화율은 8.7%, 개발도구는 4.2%에 불과하다. 자칫 잘못하면 SW 2.0 시대에서도 영원한 마이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 나온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전자신문 SW 연중기획 시리즈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SW 2.0 시대에서는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니고 메이저로 우뚝서자는 의미에서 ‘SW 2.0 시대, 희망가를 부르자’라는 타이틀도 붙였다.

 전자신문은 앞으로 6개월여간 매주 금요일 연중기획을 통해 SW 2.0시대의 한국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진단할 계획이다. 지경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보산업연합회, SW산업협회, SW공제조합 등 관련 기관과 학계·업계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우선 온라인게임, 전자정부 등 성공사례 분석하고, 분야별 융합SW 산업의 가능성을 진단한다. 또 △SW 2.0시대의 성공의 조건 △SW 2.0시대에 걸맞은 정부 육성책 △2.0시대의 건전한 시장 생태계 △글로벌 기업 케이스 스터디 등 SW 2.0 시대의 성공전략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이제 SW시장에도 역전의 기회가 왔다. 전자신문 연중기획 ‘SW 2.0시대, 희망가를 부르자’가 신화의 단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SW 강국, 더 이상 꿈만은 아니다. 우리 다시 외치자.

 “전통SW 시대엔 뒤졌지만, 융합SW 시대엔 앞서가자.”

 연중기획팀=장지영차장(팀장), 김원배·이호준·김인순·정진욱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