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부터 시작돼 매년 1월 1일 파리를 출발해 사하라 사막을 지나 다카르까지 1만㎞를 달려야 하는 자동차 경주를 아는가. 이른바 ‘지옥의 랠리’로 통하는 동시에 모든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파리-다카르 랠리다. 그런데 휘발유차가 아니라 상용화도 채 안 된 전기차로 파리-다카르 랠리의 3배인 3만㎞를 달리는 레이스가 있다. 2008년 태양광 자동차인 ‘솔라택시’로 4개 대륙 5만3451㎞를 운전해 유명세를 탄 스위스 출신의 탐험가 루이스 팔머(38)가 올해 추진할 친환경 프로젝트 ‘제로 레이스(Zero Race)’다. 태양광 대신 전기차로 하루 400㎞를 달리는 말 그대로 ‘80일간의 세계일주’다. 루이스 팔머는 전 세계 유명 전기차 관련 업체를 불러 모았고, 올해 6월 전 세계 10여개 팀은 파리·뮌헨·빈·모스크바 등 전 세계 120개 유명 도시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외칠 계획이다.
한국에도 참여하는 업체가 있다. 현대·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아니다. 바로 지난해 말 전기차 개조시장에 전격 진출한 전기부품 전문업체인 ‘파워프라자’의 김성호 사장(52)이다.
지난 18일 서울 가산동 사옥에서 만난 그는 대뜸 기자의 손을 잡고 제로 레이스 출전 차량이 설계 중인 곳으로 안내했다. 그 곳에는 길이 2.9m, 높이 1.3m의 2인승 자동차 스펀지 모형과 자동차의 심장 격인 모터가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같이 ‘무모한 도전’을 하는 이유가 뭘까. 역설적이게도 행복을 위해서란다. 김 사장은 “고효율 전원공급 장치를 개발하는 녹색기업으로써 돈을 넘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습니다. 전기차를 만들어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경보호라는 숭고한 가치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느끼는 행복입니다. 직원들도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신뢰받고 아름다운 기업 이미지를 추구하고 미래 자연환경을 생각해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발로라는 설명이다.
기술 혁신의 기회이기도 하다. 전 세계 유수의 전기차 기술자들과 교류하며, 기술 간 융합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석유자원 고갈·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가요?” 전기차에 대한 믿음으로 똘똘 뭉친 사람처럼 보였던 그는 뜻밖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친환경 사업의 역설론을 제시했다.
“전기차를 대안이라 믿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전기차가 환경을 위협하는 주범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대표 자동차인 소나타를 예로 들어 봅시다. 현재 기술로 소나타 같은 큰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해 시속 100㎞ 이상 속도로 달리게 하려면 차 값보다 개조 비용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기 충전소 건립 문제는 어떻습니까. 수많은 전기충전소를 만들며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문제를 고려하면, 오히려 휘발유차를 그대로 쓰는 게 더 친환경적일 수 있습니다.”
그는 “기술에 대한 맹신으로 경제성을 해하는 실수는 피해야 합니다. 비싼 비용을 들여 휘발유차에 버금가는 전기차를 들일 게 아니라, 느린 속도로 움직여도 무방한 차량을 전기차로 도입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는 친환경 기술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겠다는 이상적인 미래는 끊임없이 현실을 까보고 뒤집고 비틀며 검증하는 냉철한 이성적 사고 위에서 꽃 필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